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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윤서아가 흐릿한 취기 속에서 고개를 돌리자 카운터 옆에 서 있는 권도현이 보였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은 마치 주변 공기마저 짓누르는 듯했다. 그러다 권도현의 곁에 서 있는 김하린을 보는 순간, 윤서아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반항심과 통쾌함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제가 뭐 하고 있냐고요?” 느릿하고 나른한 목소리... 그 끝에는 노골적인 비아냥이 실려 있었다. “도현 씨, 혹시 시력이 안 좋아요? 저 지금 싱글로 돌아온 거 축하하는 중이잖아요. 도현 씨는 그렇게 어린 친구 데리고 떳떳하게 다니면서 전 술 한 잔도 못 마시나요?” 그때, 오하늘이 재빨리 윤서아의 팔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맞아요, 도현 씨! 당신이나 잘하세요! 서아는 앞으로도 여기 자주 올 거고요, 도현 씨 같은 위선자랑은 멀리멀리 떨어질 거예요!” 권도현의 눈빛에는 분노가 일렁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큼 다가와 윤서아의 저항과 외침을 무시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이거 놔요!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요!” 윤서아는 그의 등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권도현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팔에 힘만 더했다. 그는 김하린을 향해 짧게 말했다. “오늘은 혼자 학교로 돌아가.” 그는 윤서아를 조수석에 거의 밀어 넣다시피 하고 문을 세게 닫았다. 차는 밤거리를 가르며 거칠게 질주했다. 윤서아의 항의와 욕설은 모두 창밖 어둠 속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 잠시 후, 차는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윤서아는 반강제로 끌려 내려오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다. “도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윤서아는 취기에 머리가 핑 돌았다. 그녀가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 권도현이 숨결이 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낮게 읊조렸다. “윤서아, 네가 그렇게 서둘러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은 이유가 고작 이거였어? 밖에서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나려고? 너한테 품위나 체면 같은 게 남아 있긴 한 거야?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게 뭔지도 몰라?” ‘그 일방적인 논리가 또 시작이구나...’ 윤서아는 그의 위선적인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지난 3년 동안 참고 눌러 왔던 억울함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도현 씨!” 그녀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온몸의 힘을 끌어 모아 손을 들어 올렸다. 찰싹!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을 갈랐다. 권도현은 뺨을 맞은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윤서아는 얼얼하게 타오르는 손바닥의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 더 선명한 것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번져오는 통쾌함이었다. “지금 저한테 품위랑 체면을 따지시는 거예요? 그 질문 하기 전에 도현 씨 본인부터 돌아보세요.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은 바로 당신이니까요.” “너, 설마 나한테 화났다고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거야? 그래서 통쾌해?” “하, 도현 씨. 착각 좀 그만하세요. 저희 이미 이혼했잖아요. 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살 거예요. 설령 제가 한꺼번에 남자 다섯 명을 만나도 당신이 끼어들 자격은 없어요.” “뭐? 자격이 없다고?” 그의 눈빛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는 갑자기 허리의 벨트를 풀더니 윤서아의 손목을 낚아채 단단히 묶어버렸다. “윤서아, 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부터 똑똑히 보여줄게. 잘못했으면 벌받아야지 않겠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노와 소유욕이 뒤섞인 입맞춤이 그녀의 숨을 거칠게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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