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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원래 조민주는 본가에 들렀다가 성보람을 어떻게 하면 집에서 완전히 쫓아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성보람이 스스로 자멸할 줄이야. ‘잘됐네.’ 김미경은 배씨 가문의 남자들한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존재였다. ‘이번 일로 아버님까지 동서를 철저히 미워하게 됐을 거야.’ “보람 씨...” 박희수는 동정 섞인 시선으로 성보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성보람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가서 사모님 좀 보살펴요.” 입을 열었을 때, 성보람은 입술이 너무 뜨겁게 아파 말을 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녀는 뒤돌아 소방계단으로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조금 전 맞은 따귀는 정말 아팠다. 예전 친아버지 도원준이 때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도원준은 술만 마셨고 늘 몸이 망가진 상태였기에 힘이 부족했지만 배선우는 달랐다. 건장하고 젊은 남자, 딱 힘이 넘칠 나이였다. 성보람이 억울했을까? 억울했다. 죄책감도 있었고 분노도 있었고 무엇보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까 그녀가 맞고도 반격하지 않은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케이크는 자신이 사 온 것이었고 그걸 김미경이 먹었기 때문. 둘째, 당시 배혁수도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혹여 맞대응했다가 둘이 덤비면 자신이 밀릴 게 뻔했다. 셋째, 배씨 가문은 돈도 권세도 많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반격이라도 했으면 분명히 성씨 가문까지 해코지당할 게 뻔했다. ‘그래. 그냥 이만하자.’ 성보람은 진심으로 이 집안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예전처럼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이번에는 정말이지 관계를 끊고 싶었다. 자신이 감당 못 할 사람들과는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게 맞았다. 본가로 돌아온 성보람은 단호하게 짐을 캐리어에 챙겨 새로 산 차에 실었다. 그러고는 차를 몰아 그대로 떠났다. 이럴 땐, 새 차를 산 게 정말 다행이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배선우의 차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가 성보람의 새 차를 알아볼 리 없었다. 서로 스치듯 지나간 뒤 배선우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옷가지들을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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