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고맙긴 한데 그 선물은 하지민 씨한테 주는 게 좋겠어요.”
성보람은 예의를 갖춰 말했다.
“우리 집 식구들한텐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줘요. 나 배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 없어요. 이혼할 때나 연락 줘요.”
“성보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이미 사과했잖아.”
배선우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니면 원하는 걸 말해. 내가 그대로 할게.”
“필요 없어요. 배씨 가문은 가진 것도 많고 힘도 세잖아요. 굳이 나 때문에 뭘 할 필요는 없어요. 게다가 이번 일은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요.”
성보람의 말투는 의외로 담담했다. 차갑거나 비꼬는 말도, 날 선 표현도 없었다.
예전의 성보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배선우는 괜히 그게 더 불편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날카롭게 굴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성보람,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내가 정말 태도 다 바꿀게. 제발.”
성보람은 망설임도 없이 잘라 말했다.
“나 진짜로 그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처음에는 선우 씨 말 듣고 일부러 선우 씨 집 식구들한테 미움받으려고 했어. 그래야 이혼할 수 있을 테니까. 근데 같이 사는 게 너무 피곤했어요. 첫날에는 나보고 꺼지라 하지, 둘째 날에는 도둑 취급하고, 셋째 날에는 선우 씨 어머니 일까지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선우 씨네 가족이 불안한 건 알겠는데 나도 내 감정이 있거든요. 아무리 강해도 사람인데 매일 그렇게 살면 무너져요.”
“게다가 나 아직 학생이에요. 곧 방학도 끝나고 개강인데 계속 이렇게 휘둘리다간 학업에 지장이 커요. 그래서 밖에서 자취하려고요.”
이렇게 단호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배선우는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배씨 가문에서 살기 싫다면 밖에 있는 별장에서 같이 살자. 그쪽은 아무도 안 건드려.”
성보람은 잠깐 놀란 눈치를 보였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예요. 선우 씨 나 안 좋아하잖아요. 그런 상태로 한집에 있으면 서로 스트레스예요. 차라리 원룸 하나 구해서 나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하지. 이혼은 나중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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