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성보람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하니 있는 모습이 어딘가 어설프고 귀여워 보여서 배선우는 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새 손이 먼저 나가 있었다. 예상과 달리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왜 내 머릴 만져요.”
성보람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
연애 경험은 없지만 학교에서 봤던 대로 남자가 여자 머리를 쓰다듬는 건 다 사귀고 나서야 가능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 머리가 너무 엉켜 있어서. 보기 안 좋아서 정리 좀 해주려던 거야.”
배선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예상 밖으로 기름기가 많네. 며칠이나 머리 안 감은 거야?”
“뭐라고요? 저 오늘 감았거든요!”
성보람은 복어처럼 볼을 부풀리며 화를 냈다.
“가세요. 어차피 돈도 안 받을 거라면서요? 저 이제 친구한테 가봐야 해요.”
성보람은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느릿느릿 걷고 있으니 훤칠한 기럭지를 가진 배선우가 금세 뒤쫓아왔다.
“온 김에 더 기다렸다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배선우는 말하며 성보람이 들고 있던 약 봉투를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아니, 괜찮은데...”
성보람은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머뭇거렸다.
“너도 다쳤고 친구 상태도 좋지 않을 텐데 혼자서 두 사람 책임질 수 있겠어?”
배선우가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또다시 한밤중에 경찰한테 아내에게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싶진 않거든?”
성보람은 말문이 막혔다.
...
여민지는 세 번째 병실에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은 시장통처럼 시끄러웠다.
그녀는 창가 쪽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옆 침대 두 자리에는 술에 취한 남자들이 누워 있었다.
그들과 함께 온 친구들까지 합쳐 방 안은 덩치 크고 험상궂은 남자들로 꽉 차 있었다. 일부는 굵직한 금목걸이까지 하고 있어 쉽게 말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자리가 부족해지자 한쪽 팔에 문신을 한 남자가 담배까지 입에 물고 대놓고 여민지의 침대에 턱 하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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