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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누가 시집간다고 하였느냐

안소민이 씁쓸하게 웃으며 손을 빼려 했다. “저하, 천만에요. 제가 어찌 감히 저하의 위엄을 범하겠습니까.” 그러나 김서준은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오늘 밤 오너라.” “어머니의 병환이 위중하여 제가 병상 곁을 지켜야 합니다.” “내일.” “내일은 약 드실 시각이라 제가 모셔야 하옵니다.” “모레.” “모레는 의원님과 약조가 있사옵니다.” “안소민!” 김서준이 끝내 노기를 드러내며 안소민을 성큼 끌어당겼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하려 하느냐.” 산바람이 스쳐 안소민의 앞머리를 흔들었다. 안소민이 눈을 들어 물끄러미 김서준을 올려다봤다. “저는 소란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잠시 응시하던 김서준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좋다. 안지연과 혼사를 마치고 난 뒤, 우리 두 사람의 일을 직접 손보겠다.” 말을 끝내자 달빛 같은 비단 옷자락이 바람에 뒤집히며 멀어졌다. 안소민은 그 뒷모습을 보며 낮게 속삭였다. “그럴 일이 없으실 겁니다.” 김서준이 혼례를 올리는 그날, 안소민도 변방으로 시집가서 다시는 마주 보지 않을 터였다. 안소민은 마음을 추스르고 산문을 내려 가려는데, 문어귀에서 불쑥 돌아 나온 안지연이 길을 가로막았다. “아까 저하께서 너한테 무슨 일을 물으셨느냐?” 안지연의 눈길이 의심스레 위아래를 훑었다. 안소민이 시선을 낮추고 조용히 말했다. “저하께서 언니의 생신이 가깝다고 하시며 놀라게 할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 하여, 제 생각을 물으셨습니다.” 그 말에 안지연의 뭉쳤던 눈썹이 즉시 환히 열렸다. 비녀를 쓰다듬으며 우쭐대며 웃었다. “저하께서야 나를 극진히 돌보시지. 엊그제도 남해에서 진주를 실어 오라고 명하시면서 머리 장식을 직접 해주시겠다고 하셨단다.” 자랑이 줄줄 이어지는 동안, 안소민의 가슴은 이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말발굽 소리가 성급히 치고 올라왔다. 놀라 날뛰는 말 한 필이 산길을 거꾸로 치달아 곧장 두 사람에게 들이닥쳤다. “조심하라!” 찰나에 김서준이 몸을 던져 안지연을 품으로 감싸안고 옆으로 구르며 피했다. 반면 안소민은 말에 정면으로 부딪쳐 몸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 긴 돌계단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아...” 안소민은 뼈마디가 모조리 부서진 듯했고 돌계단 아래에 엎어진 채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관자놀이에서 선혈이 흘러내려 시야가 흐릿해졌다. 애써 고개를 들자 김서준이 이쪽을 근심스레 바라보며 사람을 부르는 듯한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때 안지연이 힘없이 김서준의 품에 기대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전하, 어지럽습니다...” “지연아!” 김서준이 곧장 안지연을 번쩍 들어 안고 산 아래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떠나기 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짧게만 일렀다. “가서 저쪽도 살피라.” 두 사람의 등이 굽잇길 뒤로 사라지자, 안소민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안소민은 호위의 부축을 뿌리치고 찢어지는 통증을 삼키며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내려왔다. 길은 험난했고 안소민은 걷다가 쉬기를 되풀이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둑해질 무렵에야 겨우 안국공부에 닿았다. “소민아!” 박서희가 대문가에서 내내 기다리다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 안소민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누가 널 이 지경을 만들었느냐? 또 큰아씨냐?” 박서희는 떨리는 손으로 상처 난 얼굴을 어루만졌다. “가엾은 우리 딸, 혼사는 미루자꾸나. 일단 상처부터 낫고 다시 혼사를 해야겠다.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당장 상의를 하마.” “아닙니다.” 안소민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그날에 바로 시집가겠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뜰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탁탁 들려왔다. 김서준이 안지연을 호위하여 막 들어서던 참이었고, 그 말이 들리자 고삐를 낚아채며 눈살을 세차게 찌푸렸고 차갑게 내리꽂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방금 누가 시집간다고 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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