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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빈자리

그럴 리가 없었다. ‘어제도 분명 안소민을 보았고 별원의 지계까지 내렸는데...’ 김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자 마치 자신을 빼고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얼굴마다 당연한 표정이 떠 있었다. “어찌하여 아무도 내게 고하지 않았느냐.” 김서준의 말끝에는 미세한 분노가 실렸다. 그러자 안지연이 피식 웃었다. “겨우 서녀 하나의 혼사입니다. 서방님께 중요할 리 없는 소식이라...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김서준은 말문이 막혔다. ‘맞아. 안소민은 서녀였어.’ 그러니 서녀가 누구와 혼인하든 태자에게 일일이 고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왜 안소민은 단 한 번도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며칠 사이 보였던 안소민의 낯선 기색들이 머릿속에서 맞물려 돌아갔다. 안소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변방으로 갈 혼사를 알고 있었고 끝내는 김서준에게 알리지 않은 채 떠났다. 김서준은 숨이 막히는 듯 가슴께가 답답해졌다. 바로 어제, 자신이 안지연과 혼례를 올리던 그날, 안소민이 또한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김서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 뒤의 일은 흐릿했다. 김서준은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가물거렸다. 밤이 되자 안지연이 발을 내려치고 촛불을 꺼뜨리더니 김서준을 침상으로 이끌었다. 눈앞에는 몇 분 닮은 얼굴이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내내 안소민의 자태와 웃던 모습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수줍음으로 굳어 있던 손끝, 그다음에는 조심스레 맞춰 오던 숨결, 그리고 매번 거사가 끝난 뒤 조심스레 건네던 따뜻한 봄바람 같은 눈빛, 김서준은 지난 삼 년 동안 안소민의 모든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말처럼 안소민은 서녀였다. 안지연이 쓰지 않는 장신구를 물려 쓰고, 남는 비단을 걸치며, 심지어 안지연의 시녀에게조차 깔봄을 받던 사람이었다. 그런 안소민을 어찌 정실로 맞겠는가. 설령 첩이라 해도 그런 신분 때문에 밝은 장소에 나란히 서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안소민이 이제 떠난 뒤에 왜 이토록 마음이 쓰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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