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병실 가득 소독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
민설아는 꼬박 밤을 새웠다. 창밖으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옅은 햇빛이 창틀을 넘어 병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침대 위, 주승민의 짙은 속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민설아의 숨이 가볍게 걸렸다.
주승민의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어딘가 늘 참고 견디는 듯한 온기가 배어 있었다.
기억 속에서 단 한 번, 복도 끝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하준성의 눈빛과 완벽하게 포개졌다.
“깨어났네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려서 민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주승민의 시선을 피했다.
“물... 마실래요?”
주승민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대신 충혈된 민설아의 눈가에 시선이 머물렀다가 아주 옅은 안쓰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몸을 조금 일으키려던 주승민이 상처를 건드렸는지 짧게 신음을 토했고 다시 베개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안 돼요!”
민설아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다가가 주승민의 어깨를 꽉 눌렀다.
“지금은 상처가 안 아물었어요. 억지로 일어나면 다시 찢어져요.”
둘 사이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주승민의 눈동자가 바로 눈앞에서 또렷하게 보였다.
옅은 약 냄새와 그 안에 섞여 있는 익숙한 소나무 향까지 몇 달 동안 곁에서 맡아 온 바로 그 냄새였다.
“설아 씨.”
주승민이 입을 열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속은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다.
“미안해요.”
주승민이 말을 이어갔다.
“이제 다 알게 된 거죠?”
그 말에 민설아는 손에 힘이 빠졌고 천천히 물러났다. 눈을 내리뜬 채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다가 겨우 속삭이듯 말했다.
“왜... 왜 저한테 말 안 했어요? 왜 속였어요... 하준성 씨.”
이름을 부르는 순간 민설아는 오래전 기억이 통째로 열린 것처럼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하준성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곧 고요해졌고 천장을 잠깐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그날 처음으로 설아 씨의 이름을 봤을 때... 잘못 본 줄 알았어요.”
민설아는 조용히 하준성을 바라봤다.
“5년 전, 설아 씨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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