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소이현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내 뒤를 밟은 거야?”
눈동자에 어린 노골적인 차가움과 혐오가 다시금 강도훈의 심장을 찔렀다. 예전 같았으면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소이현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을 터였다. 그가 나타날 때마다 소이현의 눈 속에는 반가움이 물결치듯 일렁이곤 했다.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날이면 그녀는 유독 들떠 있었다. 강도훈이 비위라도 맞춰주듯 다정한 부부 시늉을 해주고 손을 잡거나 남들 앞에서 가벼운 눈길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저 마지못해 던져주는 성의 없는 친절조차 소이현을 오랫동안 설레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오직 그녀를 보기 위해 달려온 자리였건만 소이현의 눈에서 예전의 그리움이나 애틋한 기색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낯선 느낌에 강도훈은 당혹스러웠다.
심장 한구석에 바늘이 깊숙이 박힌 듯 저릿한 통증이 몰려왔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그 고통이 오히려 그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소이현이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뭔데?”
“한 달 뒤면 할아버지 생신이야. 너랑 같이 오라고 하셨어.”
소이현이 답했다.
“우린 이미 이혼했잖아. 그런데 내가 왜 가야 하지?”
강도훈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이혼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어르신 생신인데, 갈 거야 말 거야?”
소이현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론을 내렸다.
“할아버지 생신이니 가긴 하겠지만 너와 같이 가진 않을 거야. 예전처럼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도훈은 소이현이 잠시 화가 나 객기를 부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시간이 흐르면 제풀에 지쳐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이현이 권승준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다.
‘이제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그런 의문이 고개를 들었지만 강도훈은 차마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소이현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지워졌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울화가 치밀어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눈짓 한 번에 고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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