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이것은 당연히 권승준이 시킨 일이었고 여진성도 그 이유를 알 턱이 없었다.
“대표님이 시킨 일이 좀 중요해서 마무리하면 거의 퇴근 시간이에요. 굳이 회사에 다시 올 필요는 없죠.”
그의 대답에 문수아도 더 묻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소이현은 외근을 핑계로 가끔 몰래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간도 남았으니 오후에 낮잠이나 좀 잘까? 감기는 나았지만 휴식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요즘 면역력이 떨어져서 자꾸 감기에 걸리는 느낌이야.’
현관문을 나서려던 그녀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바람막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어젯밤 그녀가 운전할 때 잠깐 입었던 것인데 권승준은 집에 오자마자 그걸 버린 모양이었다.
명품에 몇 번 입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이렇게 처분한 걸 보니, 그의 결벽증이 심각한 수준인 듯했다.
순간 소이현의 머릿속에 그의 차가운 얼굴이 스쳤다.
어떤 사람들은 냉담한 척하며 관심을 끄는 것과는 달리 그는 진짜로 냉정했다.
아니, 냉정을 넘어 속까지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다.
권승준은 외부의 일에는 완전히 무관심했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손을 냉장고에 넣은 것 같았고 조금만 방심하면 동상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이현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깨끗한 슬리퍼를 가져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지유는 친구와 오후 내내 쇼핑하고 저녁을 먹은 뒤 슈퍼카를 몰고 강도훈을 찾아갔다.
오늘 소이현을 만났던 일을 부풀려 고자질해서 강도훈이 소이현을 혼내주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차를 별장 밖에 세우고 고개를 돌리자 강도훈과 하연서가 나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지유는 강도훈이 하연서를 집까지 데려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밤새 무슨 일을 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원래는 강도훈에게 소이현을 꾸짖게 하려고 고자질하러 왔지만 이제 그럴 필요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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