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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파텍 필립은 시계의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가격이 매우 비쌌고 고급 맞춤 드레스 역시 값이 엄청났다. 가장 저렴한 것조차 수천만 원대를 가뿐히 넘겼고 몇억 원은 되어야 겨우 중간급이라 할 수 있었다. 소이현은 이모가 하연서에게 이렇게 후할 줄 몰랐다. 그녀가 이모를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1년이 넘었다. 심진희는 젊었을 때 연예계에서 잠시 배우로 활동했다. 스물다섯, 전성기였던 그녀는 갑자기 연예계를 은퇴하고 결혼해 딸 하나를 낳았다. 결혼 생활은 십 년 지속되었고 이혼한 지 몇 년 후 그녀는 자신보다 열 살 연상인 하연서의 아버지 하도진과 재혼했다. 심진희 곁에는 지금 막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친딸과 세 명의 의붓자식이 있었다. 하도진은 문과 교수로 학문에 몰두해 사업이나 돈 버는 데는 서툴렀다. 심진희는 소이현의 외삼촌이 해외로 나가자 심연 그룹을 인수해 그룹 자원을 모두 하씨 가문에 공유했고 그 결과 지금의 하나 그룹이 탄생했다. 심진희는 현재 하나 그룹의 대표이사 겸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이모는 외할머니의 세 자녀 중 둘째로 가장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한번 마음먹은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녀의 결혼이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심진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소이현은 그런 심진희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반감은 없었다. 이모는 이모만의 인생이 있고 어른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모가 하도진과 결혼한 건 사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소이현은 이모가 하연서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다. 소이현이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할머니는 안방에서 잠들어 있었고 이모는 칸막이 밖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옆모습만으로도 한껏 고운 기품이 전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소이현은 코끝이 찡해졌다. 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 바로 이모였다. 그래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리움은 자연스레 이모에게 옮겨붙었고 소이현은 이모를 거의 엄마처럼 의지해왔다. 심진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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