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세 번째는 없었다.
권승준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육성민, 눈이 멀었으면 병원에 가.”
하지만 육성민은 전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살벌하기는. 난 괜찮은데 네 짝사랑 상대가 놀랄까 봐서 걱정이다.”
권승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멀리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와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소이현은 두 가지를 깨달았다.
권승준은 유리컵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며 특히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혼자 쇼핑하러 나왔다가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이 싫었다.
권승준은 오늘 정장을 입지 않고 올 블랙 운동복에 검은색 긴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었다.
쓰레기통에 처넣었던 바람막이와 같은 브랜드였고 길이만 조금 달랐다.
한층 편안한 차림인데도 선명한 이목구비와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다.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소이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차가운 권승준의 시선이 소이현에게 향했다.
그의 시선에 얼어붙을 것 같았던 소이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뒤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계산대로 돌아갔다.
육성민이 권승준의 어깨를 툭 치며 중얼거렸다.
“네 번째야.”
권승준이 쏘아붙이기 전에 육성민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내려놓고 곧장 소이현에게 걸어왔다.
그는 계산하려는 소이현을 막아서며 능청스러운 미소를 띠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육성민이라고 해요.”
육성민의 눈매는 은근히 웃음을 머금은 듯 부드러웠고 입꼬리는 웃지 않아도 살짝 올라가 있어 장난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은 자연스레 고태훈을 떠올리게 했다.
둘은 분명 같은 계열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다만 고태훈은 육성민처럼 반항기 어린 분위기는 없고 훨씬 더 세련되고 정제된 인상이었다.
그 점은 도시에 익숙한 사람과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사람의 분위기 차이와도 닮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이현입니다.”
“저는 권승준의 친구예요. 권승준이 귀국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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