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육성민은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오후에는 테니스를 쳤고 저녁에는 권승준과 친구들과 가볍게 술자리를 가졌다.
사적인 모임이라 눈치 볼 필요 없었다.
육성민은 권승준의 잔을 술로 가득 채우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서울로 안 올라가는 거 혹시 어머니 잔소리 때문이야? 얘기 들어보니까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한다며? 너는 소개해 준 사람은 다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하고. 하긴, 네 조건이면 눈이 높을 수밖에 없지. 이해해.”
그 말에 배현우와 여진성의 시선이 동시에 권승준에게로 향했다. 육성민은 그런 관심을 즐기듯 잠시 말을 멈추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근데 내가 보기엔 너한테 정말 잘 맞는 사람 딱 한 명 있더라.”
배현우는 자연스럽게 소이현이 떠올랐지만 입에 올리지 않고 물었다.
“누군데?”
“소이현.”
하필 오늘 소이현을 마주쳤고 게다가 권승준이 예상외로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권승준은 평생 여자를 돌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게이라는 오해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런 권승준이었기에 오늘 소이현에게 몇 번 시선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배현우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소이현 씨를 알아?”
육성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뭐야! 설마 너도 알아? 너도 내 말에 동의하지?”
배현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마치 동지를 만난 듯 육성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이 승준이 앞에서도 절대 수그러들지 않잖아. 그런 여자가 어디 있겠어. 다른 여자 같으면 얼굴 빨개지고 다리 풀린 척하면서 어떻게든 품에 안길 생각만 할 텐데.”
배현우는 코끝에 걸린 은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덧붙였다.
“나도 그 생각했어. 두 사람 완전히 같은 결의 사람들이잖아. 우리랑은 아예 다른 세상 사람이야.”
육성민은 자신이 혼자만 알고 있던 비밀을 이미 놓쳤다는 듯 아쉬워하며 되물었다.
“근데 너는 어떻게 알아?”
“비서실에 있어. 승준이 비서야.”
육성민은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권승준, 이건 완전 운명이잖아. 좀 더 다가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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