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소이현은 곽윤범이 오래전에 발표한 한 권의 저서가 떠올랐다.
전문 용어가 많고 설명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독해 난도가 높아 인쇄 부수가 백 권도 채 되지 않았으며 온라인에도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시립 도서관에 딱 한 권 남아있었다.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소이현은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분류 구역을 따라 책을 찾아 들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손이 뻗어와 또 다른 전문 서적을 집어 들었다.
소이현이 책 제목을 흘끗 보니 컴퓨터 입문서였다.
“참 우연이네요.”
소이현이 고개를 들어보니 서태경이 손에 든 책장을 넘기며 시선을 책에 고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훑어보고 있음을 눈치챈 서태경은 비로소 눈을 들어 무심한 어조에 잠깐의 조롱을 섞어 말했다.
“컴퓨터 학문에도 관심이 있나 봐요?”
서태경은 내일 전문 인재와 미팅이 잡혀있어 급히 기초라도 보충하려던 참이었다.
연구소 직원에게 추천 도서 목록은 받았지만 배송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직접 도서관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소이현을 마주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 만남은 마치 딸기와 생선 내장을 섞어 샐러드로 만든 것처럼 어색하고 속이 불편했다.
소이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나눈 말은 아마 다섯 마디도 안 될 테니 낯선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겉보기엔 아무 감정 없는 질문이었지만 그 속에 실려 있는 얕잡음과 불쾌한 기류를 소이현은 정확히 감지했다.
“관심이 있든 없든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요?”
예상 밖의 말투에 서태경은 깜짝 놀라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소이현은 그의 오만한 태도가 역겨웠다.
“모르면 그냥 모르는 대로 넘어가세요. 저도 서태경 씨가 갑자기 왜 저한테 말을 건 건지 이해 못하겠지만 그 이유가 딱히 궁금하지는 않거든요.”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바로 곁에 붙은 경고문을 가리켰다.
[소란 금지]
서태경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싸늘한 기류가 퍼져 근처에 있던 사람들까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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