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소이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맞닥뜨리자 또 다른 감정이 몰려왔다.
마치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이 불쾌감이 드는 것처럼 강도훈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 어딘가에 흠집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과 매우 달랐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도 쓰라리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허함뿐이었다.
그때, 강도훈도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이현을 발견했다.
그는 소이현의 마음을 헤아릴 이유 따위 없다는 듯 허재윤에게 당부하던 말을 끝까지 전달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들어 소이현을 바라봤다.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강도훈은 아주 드물게 소이현을 진지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소이현은 예전과 달리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평소 자주 입던 편한 옷이 아닌 하얀 정장 차림.
브랜드는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재질과 정제된 재단이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고 평소보다 더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어 냈다.
바로 그 점이 강도훈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냉랭하게 물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소이현은 당연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박지연이 하연서를 건드린 이유는 결국 소이현 때문이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박지연을 지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하연서를 해쳤다면 강도훈은 차가운 경고로 끝냈겠지만 소이현이 관련되었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강도훈은 소이현이 자기 뜻을 어기는 것을 가장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할아버지가 위독해 연락이 닿지 않아 비서에게 일정을 물은 것만으로 무례하다고 여겨 한 달 내내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소이현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박지연에 대한 보복은 단순히 거래 몇 건을 취소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이제 강도훈에게 소이현의 가족, 친구, 인맥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였다.
생각을 정리한 소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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