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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사실 그도 말하기 귀찮았다. 소이현을 마주하면 혐오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대표님께서 자기 분수도 모르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니. 진짜 운도 없어. 비밀 결혼이라 두 사람의 혼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대표님도 함께 망신당했을 거야.’ 하연서는 멀리서부터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이현을 발견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어서 자신이 별로라 여겼던 드레스였지만 소이현의 차가운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머리카락을 몇 가닥 남기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를 뒤로 넘기니까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간단한 메이크업까지 어우러져 화려한 행사장에서도 신선하고 독특했으며 강한 아우라까지 풍겼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하연서는 소이현이 가식적이라고 여겨졌다. ‘왜 저렇게 특별한 척해.’ 하연서는 반감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소이현 옆에 키 크고 잘생기고 다정해 보이는 남자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하연서는 자기가 전혀 쓰지도 않는 싸구려 화장품 세트로 이순자를 매수해 소이현이 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의 강도훈의 도우미나 다름없었고, 일 년 내내 강도훈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소이현은 능력도 없었고,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센스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남자를 알게 된 걸까? 아마 일 때문에 만난 사이겠지. 설령 아는 사이라 해도 저 남자는 소이현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거야.’ 생각을 마친 하연서는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서태경은 원래부터 소이현에게 관심이 없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소이현의 차갑고 냉담한 태도에 불쾌하던 참이었다. 게다가 소이현이 하연서를 흉내 내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조급해 보여서 자연스럽게 그녀에 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되었다. 오히려 고태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서태경보다 소이현을 더 잘 알고 있었고, 소이현과 강도훈 사이의 복잡한 사정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소이현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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