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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반란호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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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강윤서네 집안은 개인병원을 차려서 그녀의 아빠가 의사를 못 구할 일은 없다. 또한 전생에 강도현은 심장병이 발작한 적도 없다. 이건 분명 강윤서가 날 기선제압하려는 수작일 뿐이다. 그녀가 한바탕 분노를 표출한 후 내가 말을 건넸다. “우리 이미 헤어졌어. 너희 아빠 심장병이 발작했으면 새로 의사 찾아. 그리고 난 너희 병원 의사가 아니야. 제발 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 줄래?” 말을 마친 나는 전화를 툭 꺼버렸다. 이날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뭘 좀 먹은 뒤 몇 시간 잤다. 꿈을 꿨는데 죄다 전생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강윤서의 표독스럽고 냉정한 모습들이 한 장면씩 전부 재생되었고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에 밤잠을 설쳤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깨났다. 어느덧 몸에 땀이 났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악몽 꿨어?” 문득 강윤서가 충혈된 두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흠칫 놀라서 미간을 찌푸렸다. 동료들은 내가 강윤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기에 그녀가 찾아왔을 때 딱히 말리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여보냈다. 한편 강윤서의 눈빛이 너무 수상했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책상을 짚고 다시 한번 차분하게 물었다. “우현 씨, 꿈에서 왜 줄곧 내 이름만 부른 거야?” 나는 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북받치는 원망을 겨우 추슬렀다. “몰라. 기억이 안 나.” 그녀도 더는 따져 묻지 않고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우리 아빠 보러 가자.” 나는 재빨리 손을 빼내고 손목을 돌렸다. “말했잖아. 난 너희 병원 의사가 아니야. 제발 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나는 효성 병원 소속이라 사사로이 진료나 수술을 하러 나가는 것은 규칙을 위반하는 셈이다. 강윤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웃다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가 먼저 사과하고 달래주길 바란 거잖아. 그래서 이렇게 병원까지 왔으니 이만 화 풀어, 응?” 나는 강윤서의 성격을 너무 잘 안다.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나에 대한 최대의 배려였다. 나는 서서히 머리를 들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화난 적 없어. 너희 병원 의사도 많은데 굳이 내가 가야 할 이유가 뭐야? 네 체면 세워주라고? 내 환자가 아닌 이상 책임질 의무가 없어!” 강윤서는 마치 환청이라도 들린 듯 넋을 놓고 나를 쳐다봤다. “장차 장인어른 되실 분인데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이유가 뭐야?” ‘장인어른? 지나가는 개가 웃고 말지!’ 전생엔 장인어른으로 깍듯이 모셨더니 정작 나를 어떤 식으로 부려먹었던가? 아무 때나 분노를 표출하는 도구로 썼고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노예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항상 내가 무능하다고 질책했다. 매일 내게 압력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고 그 바람에 나는 열등감만 점점 커졌다. 멘탈이 무너지고 자살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강도현도 한몫했다. “우현이 너만 죽으면 우리 윤서 꼭 더 좋은 남자한테 시집갈 거야. 언제까지 윤서 걸림돌이 될래?” 지금 생각해보니 마냥 우스울 따름이었다. 전생에는 도대체 강윤서를 얼마나 사랑했길래 그녀가 나를 배신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믿어준 걸까? 정말 나 같은 바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한 번만 더 말할게. 우리 이미 헤어졌어. 이제 남남이라고! 더는 이런 일로 날 찾아오지 마. 내가 알 바 아니니까!’ 강윤서는 미간을 확 구겼다. “누구 마음대로! 9일 뒤에 우리 결혼식이야. 대체 왜 이러는 건데? 고작 건우 때문에? 어제 일은 다 설명했잖아.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딱히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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