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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반란호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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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같은 말을 너무 반복했던 탓일까? 아니면 갑자기 강도현에 대한 태도가 무심해져서 이러는 걸까? 강윤서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스쳤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래서 또 내 잘못이라는 거야? 내가 너더러 이건우랑 놀아나라고 했니?” 야유에 찬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너희 아빠 구해줄 순 있어. 그전에 나랑 함께 파혼 공개 선언하자.” 강윤서는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제야 내가 진지하다는 걸 알아챈 눈치였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 목숨을 걸고 장난치는 애가 아니었으니. 강윤서는 놀란 표정으로 한 걸음 나서서 나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우현 씨 밖에 만나는 여자 있어?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바람을 피워?” 나는 한심해서 실소를 터트렸다. “네 앞가림이나 잘해. 어디서 질책질이야? 이제 양심도 없니? 인간답게 살자, 윤서야.” 강윤서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이해득실을 따지는지 결국 나를 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댔다. “어제는 장난일 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우현 씨가 정 신경 쓰이면 앞으로 걔네들 안 만나면 될 거잖아... 그리고 난 이미 우현 씨 프러포즈도 받아줬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내게 키스하려 했다. 이에 나는 재빨리 피하면서 그녀의 쇄골에 시선이 멈췄는데 LKY라는 이니셜 문신이 새겨졌다. 전에 도통 무슨 뜻인지 몰라서 따져 물었더니 강윤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별 뜻 없어. 그냥 이 세 자모가 예뻐 보여서 새긴 거야.” 그때 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예쁘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들이밀자 몸을 움찔거리며 인상을 구겼다. 아무래도 내 터치가 본능적으로 싫었나 보다. 수년을 만나면서 나는 그녀를 터치한 적이 없다. 단지 그녀가 거부하는 이유로... 나는 그녀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별다른 요구가 없었고 또한 그녀의 눈가에 스친 혐오의 감정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 우스운 나머지 그 이니셜을 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이건우, 이거 이건우 이니셜이네.” 강윤서가 본능적으로 부인했다.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 마.” “나랑 만나는 동안 진짜 이건우랑 아무 연락 없었어?” 이건우가 출국한 후 강윤서는 한동안 침울하게 지냈다. 그때 나는 그녀를 너무 좋아했고 슬픈 모습을 원치 않아서 최대한 어르고 달래주며 종일 꽁무니만 쫓아다녔다. 마침내 그녀도 내 고백을 받아줬고 그땐 정말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강윤서는 내 질문이 무척 싫었나 보다. 가슴 찔려서 이토록 발악하는 거겠지. “우현 씨,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녀는 지금 회피하고 있다. “넌 정말 더러운 년이야. 스스로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순간 강윤서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매정하게 그녀를 뿌리쳤다. 이에 강윤서가 뒷걸음질 치면서 이를 악물었다. “야, 진우현, 애초에 네가 먼저 프러포즈했어! 나 말고 누가 또 너랑 결혼해주겠니? 주제를 알아야지, 쯧쯧...”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아직도 날 헐뜯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강윤서는 공격이 전혀 안 먹히자 두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바로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표정이 확 돌변하더니 전화를 끊은 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지? 너희 아빠 시켜서 우리 병원 투자 취소하게 한 사람?” 강윤서는 화나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게 우리 병원에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 네 멋대로 투자 철회하면 병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가 없어. 지금 우리 병원 망하라는 거야 뭐야?” 나는 두 팔을 감싸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이미 헤어졌으니 모든 관계를 깔끔하게 끝내야지. 너희 병원 연구 프로젝트는 정부 허가도 없는데 자꾸 진영 그룹에 손 내밀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제때 조치를 취해서 더 큰 손실을 막아줬을 뿐이야.” 나는 대학교 때 부모님 말씀을 안 듣고 의대를 선택했고 우리 집안에서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이름만 걸어놨을 뿐이다. 하지만 강윤서와 잘 만나고 있으니 아빠가 줄곧 강원 그룹에 많은 도움과 지원을 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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