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그녀의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나는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나는 윤시원의 작게 줄어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병원에선 바쁜 게 당연해요. 괜히 미안해하지 마요. 다음에 이런 일 있으면 그냥 메시지 주세요. 시간 되면 바로 답할게요.” 윤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진 선생님, 이제 다 끝나셨어요? 집에... 같이 갈래요?” 그녀가 말한 집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오늘은 더 이상 일도 없었고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래요. 가요.” 함께 집으로 돌아온 윤시원은 다시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부엌에 들어가 뭔가를 들고나왔다. “오늘 월급날이라서 일부러 휴가 냈어요. 장도 보고 재료도 사 와서 국도 끓이고 반찬도 준비했어요. 진 선생님이랑 같이 먹으려고요. 그런데 전화도 안 되고 답도 없고... 그래서 그냥 병원으로 간 거예요.” 그녀는 앞치마를 풀며 수줍게 웃었다. “요리는 다 해놓고 덥혀 뒀어요. 오래되지도 않았고요. 진 선생님, 어서 드셔보세요. 저 요리 실력 좀 늘었는지 한번 봐줘요.” 나는 그녀의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한 숟갈 떠먹어보니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맛도 간도 좋아져 있었다. “맛있어요.” 내 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 선생님이 맛있다고 하시니까 너무 좋아요.” 그때였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윤시원이 먼저 뛰어나갔다. “아마 택배일 거예요!”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굳어버렸다. 현관 쪽이 조용해지자 나도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깜짝 놀란 표정의 우리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윤시원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나는 급히 다가갔다. “엄마? 어떻게 왔어요?” 윤시원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아, 아줌마, 안녕하세요.” 엄마는 윤시원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참 곱게 생겼네.” 그리고 나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아, 도대체 며칠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