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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반란호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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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윤시원이 오늘 휴가를 냈다고는 해도 남은 연차가도도 얼마 없을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나를 도와줄 기회가 드물게 생긴 거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좋아요. 아마 점심일 테니까 그날은 좀 일찍 일어나요. 아침에 같이 옷 사러 가요.” 생각해 보니 윤시원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제대로 된 옷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입던 옷들만 돌려 입고 있었고 그게 티가 났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내가 덧붙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 옷으로는 그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버지가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할 예정이라 작은 모임이라도 격식은 차려야 했으니 너무 평상복 같으면 안 되는 자리였다. 윤시원은 머리를 숙이고 옷자락을 꼭 쥐며 작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사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집도 직장도 내가 마련해줬다. 빨리 내게 진 빚을 갚겠다는 생각뿐이라 정작 자신을 꾸밀 여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그녀도 민망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한 채 당장 있을 아버지 생일 모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고 그래서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병동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모두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왜 그래요?” 가깝게 지내던 의사 한 명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여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정신이 빠지면 안 되지. 이번엔 진짜 사고 크게 쳤어.” “뭐라고요?” 첫 번째로 떠오른 건 어제의 병력지였다. ‘분명 수정해서 다시 제출했는데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허준호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 품에 안겨서 너무 기분이 좋았나 보죠?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윤리까지 까먹을 정도로 말이죠.” “여자 친구가 사무실에 찾아왔고 진 선생은 급히 나가면서 병력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약 처방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환자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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