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전민지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지금 우리 팀에 사람이 너무 부족해. 나가더라도 당분간만은 나 좀 도와줘.”
“정말 어이가 없다.”
나는 터져 나오는 비웃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날 네가 주현성 시켜서 나한테 그런 짓 하려고 했을 때부터 나랑 네 사이는 이미 끝났어. 앞으로 내가 왜 네 밑에서 목숨 바쳐 일해야 하는데? 팀에 사람이 없으면 그건 네 문제인 것 아니야? 게다가 회사 권력을 사적으로 쓰는 너 같은 상사가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당연한 거고.”
다급해진 전민지가 말했다.
“윤세영, 나 진짜 너 해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주현성이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너도 알잖아!”
그러자 나는 피식 냉소했다.
“네 사정이라는 게 결국 서씨 가문에 시집가고 싶어서 서아현 밑에서 부려 먹히는 그거 아니야? 지금 어디야? 우리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사직서를 누락시키며 끝까지 날 막아서는 이상, 어제 녹음한 강민숙과 최은영의 대화라도 들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 지금 외근 중이야. 회사에는 오후 여섯 시쯤 들어갈 것 같아.”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오늘자 원고를 백엔드에 업로드한 뒤 약속된 시각을 보며 회사로 향했다.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터라 우리 부서는 불이 꺼져 있었고 야근하는 사람도 없었다.
전민지의 사무실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안쪽 불은 켜져 있었기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밀어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전민지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입고 있던 흰색 정장 원피스가 피로 흥건하게 물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윽고 나는 비명을 삼키며 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다.
...
병원.
의사는 전민지가 약물로 유산을 시도했다가 상태가 악화되었으므로 지금 당장 소파수술을 해서 자궁 안의 태아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출혈을 잡지 못하면 자궁을 들어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말이다.
말문이 막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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