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가족 연락처 줘. 내가 전화할게.”
전민지가 어떻게 나를 등쳐먹었는지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라 나는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의식도 이미 되찾았겠다, 다시 ‘농부와 뱀’ 같은 일을 되풀이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전민지가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전화하지 마. 그 사람들... 오지 않을 거야.”
“그럼 네 약혼자는? 연락처 줘봐.”
나는 어제만 해도 서기훈이 전민지를 데리고 연회장에 나왔던 게 기억나 설마 하루 만에 딴사람처럼 돌아설 리는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전민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애써 참으며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완전히 절망해서 하는 오열이었다.
당황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대체 왜 그래? 울지만 말고 무슨 일인지 말해봐.”
한참을 울고 나서야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 그 사람이 나를 불러내더니 임산부한테 좋다면서 비타민을 하나 주더라. 난 그게 진짜 비타민인 줄 알았어...”
충격을 받은 나는 말문이 막혔다.
결국 전민지가 먹은 유산 약은 스스로 복용한 게 아니라 서기훈이 속여서 먹인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 속 녹음기를 슬쩍 만졌다.
‘그만두자.’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그 녹음을 들려주는 건 너무 잔인했다.
‘그 말들을 듣고 어떻게 제정신으로 버티겠어?’
그때, 전민지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누구한테 전화하려고?”
전민지의 눈에는 마지막 한 줄기 희망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기훈 씨한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묻고 싶어서.”
나는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전민지, 제발 정신 좀 차려. 그 사람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이미 다 봤잖아. 그럼에도 넌 지금 그 사람 마음이 궁금하다고?”
하지만 전민지는 끝내 전화를 걸었고 예상대로 상대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서기훈은 아예 전민지의 전화를 받지 않기로 작정한 듯했으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번호를 눌렀다.
더 이상 이 광경을 볼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차라리 이걸 들어봐. 그러면 네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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