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결과지를 찾으러 가는 김에 전민지에게도 들러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손에서 이런 대형 이슈가 하나둘 더 터지기만 하면 본부장 자리는 더더욱 탄탄해질 테니 말이다.
병원으로 가는 길, 어제의 피 검사는 그저 혹시 모를 만분의 일 확률을 없애기 위한 거였고 마음을 놓기 위한 확인에 불과하다고 여겼기에 마음이 꽤 가벼웠다.
설마 내가 그렇게 운이 없어서 그 말도 안 되는 가능성에 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지를 받으러 산부인과로 되돌아갔을 때, 의사의 말이 내 모든 안일함을 박살 냈다.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보면... 이미 임신 5주 차에 들어섰습니다.”
그대로 얼어붙으며 나는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정말 확실한가요?”
의사는 검사지를 들여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저 산부인과 전문의로 몇십 년을 일했습니다. 임신 여부를 헷갈릴 만큼 눈이 어둡지는 않아요.”
내 심장이 반쯤 덜컥 내려앉았다.
더 무서운 건 최근 내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가 순식간에 머릿속을 휘몰아쳤다는 거였다.
하여 급히 물었다.
“저... 임신한 줄 모르고 항생제도 맞았고 약도 먹었고 며칠 전에는 술까지 마셨어요. 아이에게 영향이 없을까요?”
“혈액검사 기준으로 보면 태아는 정상입니다. 아이의 발달 상태를 보고 싶으면 임신 8주 차에 초음파를 해보세요.”
난처해하는 내 기색을 알아채자 의사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혼전임신인가요? 그런 경우라면 서둘러 결정하는 게 좋아요. 태아가 더 자라면 절차가 복잡해집니다.”
그 말이 귓가에서 울리자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
이미 한 번 아이를 잃어본 사람으로서 직접 두 번째 아이를 지운다는 건, 차라리 나를 죽이는 게 더 쉬울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를 지키겠다고 결심한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정말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료실에서 나올 때쯤에는 영혼이 반쯤 몸 밖으로 빠져나간 것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