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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주머니.” 나는 유영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세요. 소용없으니까.” 유영자가 말한다 해도 고수혁은 그저 내가 별일 아닌 거에 너무 신경 쓴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마 서아현과 질투하려고 연기하는 거라 여길 것이다. 설령 고수혁이 정말로 유영자의 말을 믿는다 해도 고수혁의 후회와 연민 따위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내 말에 유영자도 결국 고수혁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 30분 후 병원에 도착한 송미경은 창백하게 질린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냈다. “내가 뭐랬어! 고수혁과 같이 채식 같은 거 하지 말랬잖아. 지금 네 꼴 좀 봐? 예쁜 얼굴에 핏기 하나 없잖아!” 나를 나무란 송미경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수혁 이 자식, 딱 기다려! 그 불륜녀와 딸, 우리 크리스 유치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니까.” 나는 송미경까지 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 “고성 그룹은 크리스 유치원의 제일 큰 주주야. 나 때문에 고수혁과 등질 필요 없어. 네 유치원에 못 들어간다고 해도 고수혁은 아이를 위해 다른 곳을 찾을 거야.” 송미경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유영자를 쳐다보았다. 유영자가 집에 돌아가서 무슨 말을 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송미경이 유영자에게 집에 가라고 말하기도 전에 유영자는 별장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고수혁이 경매에서 최고로 좋은 제비집 죽을 낙찰해 방금 별장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서아현이 유영자더러 집에 와서 제비집 죽을 끓이라는 것이다. 별장에 가정부가 이렇게 많은데도 일부러 유영자를 시키는 이유는 유영자가 지금 나와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에 그 누구도 남기지 않고 나를 혼자 내버려 두며 고립시키려 했다. 남편 외에도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모조리 빼앗으려 했다. 그래서 유영자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이만 돌아가 봐요. 여기는 미경이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유영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처지인지라 결국 아무 말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모님, 무슨 일 있으시면 꼭 전화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영자가 떠난 후 송미경은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윤세영, 너 예전에는 이렇게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었잖아. 방금 아주머니 말 들으니 내연녀가 네 집에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야? 너 진짜 그걸 참는 거야?” “참은 게 아니야. 나 고수혁과 반드시 이혼할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송미경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와 알고 지낸 송미경은 내가 고수혁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 감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본 셈이다. 예전에 고수혁이 불교 수행을 하겠다고 했을 때 고수혁을 응원하며 나 또한 성스럽게 살겠다고 하던 내 모습에 송미경은 미쳤다고 말했다. 그때 송미경은 고수혁이 밖에서 여자를 데려온다 해도 내가 고수혁을 너무 사랑해서 분명 받아줄 거라고 했다. 심지어 데려온 여자의 산후조리까지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송미경의 예언이 실현됐을 뿐만 아니라 고수혁의 내연녀가 낳은 아이가 이미 세 살이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아이가 다 컸으니 산후 조리를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지금 이성을 되찾은 나는 냉정한 얼굴로 송미경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직 완전히 갈라설 때가 아니야. 우리 엄마가 고성 그룹이 개발한 심폐 지원 장비가 있어야만 살 수 있어. 그 장비가 한 달 후에야 시장에 출시돼. 그때가 돼야 구입할 수 있거든.” 송미경은 그제야 내가 모든 걸 참고 있는 이유를 이해했다. 이혼 얘기가 나오자 송미경이 한마디 했다. “참, 전에 너에게 소개해 주려던 변호사가 있는데 우리 송씨 집안과 자주 협력하는 사람이야. 연락해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물어볼게.”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를 기다리는 동안 송미경은 인스타를 켜고 이것저것 검색했다. 서아현은 어느새 제비집 죽을 인스타에 올린 뒤 메시지까지 한마디 썼다. [연예계에서 일하려면 자기 관리가 필수예요. 피부 관리에도 힘써야 하죠. 팬 여러분, 내가 먼저 맛보고 후기 알려줄게요.] 서아현의 얼굴이 어제 나한테 맞아 돼지처럼 퉁퉁 부었기에 그녀는 인스타에 예전 사진을 올렸다. 댓글창에는 서아현을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아현이는 원래 아름다워, 제비집 죽 먹고 나면 천사가 되는 거 아니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나 이 브랜드 제비집 죽 들어봤어, 경매에서만 살 수 있어. 엄청 비싸, 그램당 금 가격보다 더 비쌀걸? 그런데 기운을 북돋우는 데는 이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니까. 여자들이 먹으면 특히 좋대!] [우리는 평생 먹을 수 없겠다. 흑흑. 우리 여신, 얼굴도 예쁜데 돈도 많아. 너무 부러워!] ... 사진 속 서아현의 하얗고 발그레한 얼굴과 나의 창백한 얼굴을 번갈아 본 송미경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난 듯 나에게 한마디 했다. “기운 낼 사람은 서아현이 아니라 너야. 고수혁은 눈이 멀었어? 이렇게 좋은 걸 서아현에게 주다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변호사가 도착했다. 지연희, 서른 살 정도의 여자 변호사로 매우 능력 있어 보였다. 현재의 결혼 상황과 내 요구사항을 지연희에게 막 설명하려 할 때 문밖에서 고수혁의 또 다른 비서 손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앞쪽 병실에 계신 것 같습니다.” 나와 송미경은 순간 멍해졌다. 설마 고수혁이 진짜로 왔단 말인가? 우리가 이혼 변호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남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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