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나는 그가 또 병원 얘기를 꺼낼까 봐 두려워서 애써 고수혁의 시선을 피하며 서둘러 화장실을 나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객실로 돌아가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안에 있던 내 물건들이 몽땅 사라져 있었다.
“아주머니, 제 잠옷 어디 있어요?”
내가 밖으로 나와 유영자를 찾으며 묻고 있던 때, 마침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고수혁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주머니한테 네 물건 다 안방에 옮기라고 했어.”
난 당황해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전에 말했잖아. 아현이랑 다미가 나가면 너도 안방으로 돌아오라고.”
그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수화기 너머 들려온 건 손강수의 목소리였다.
“알겠어. 내일 아침엔 내가 데리고 갈 테니 전문가들 전부 병원으로 보내.”
그 말을 끝으로 고수혁은 전화를 끊었고 난 다시 손강수의 말을 되뇌며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그를 자극한다면 나한테 돌아올 이득은 전혀 없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고수혁과 함께 안방으로 돌아갔다.
예전에는 벽에 우리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던 곳이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고수혁도 그걸 발견하고는 오히려 나한테 물었다.
“아주머니가 객실에서 결혼사진을 못 찾았다는데 어디에 뒀어?”
나는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네 딸이 보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버렸어.”
내 말에 고수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는 게 보였지만 난 도대체 왜 기분이 나빠하는 건지 이해가 전혀 안 됐다.
“난 서재에서 일 좀 할 테니까 너 먼저 씻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짧은 한마디 내뱉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이내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넓디넓은 방과 유럽풍 대형 침대를 둘러보았다.
이 침대에서 고수혁과 서아현이 얼마나 뒤엉켰을까를 생각만 하면 혐오감이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만약 엄마만 아니었다면 난 죽어도 이런 더러운 침대에서 잘 리 없었다.
그날 우리 집에서 고수혁이 나에게 그런 짓을 했던 건 내가 바람났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고수혁은 욕망이 생겨도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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