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하, 참. 날 가정부로 착각했다니. 고수혁이 일부러 그렇게 각인시켰겠지. 서아현이야말로 이 집의 여주인이라는 식으로.’
그때 마침 서아현이 고수혁 품에서 몇 번 기침을 하더니 유난히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혁 오빠... 나 너무 아파...”
고수혁은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어 올리며 싸늘하고 냉정한 눈빛을 내게 던졌다.
“불당 고쳤으니까 가서 무릎 꿇고 있어.”
이 말만 남기곤 운전 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하고 서아현을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이 불합리한 차별과 이유 없는 편애에 나는 억울하고 분해서 참지 못하고 그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고수혁, 너 진짜 개자식이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원래도 차가웠던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을 머금은 듯했고 내가 한마디라도 더 하면 그 칼이 그대로 날 찌를 듯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서아현 씨가 데뷔 초에 찍은 영화 보긴 했어? 수영 코치를 연기했었지. 대역 없이 전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거였어. 그 수영장 깊이가 어떤 줄 알아?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물에 안 빠질 정도야. 그런데 수영 잘하는 아현 씨가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고?”
나는 더는 그 눈빛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괜히 눈물까지 보일까 두려워 등을 돌리고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천천히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가 그렇게 사실을 나열해줬는데 서아현은 여전히 고수혁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냉장고에 남은 마지막 생강까지 그녀의 생강차를 끓이는 데 쓰였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서아현이 하는 이런 유치한 연기들을 고수혁은 다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토록 머리 좋은 남자가 아닌가. 재계에서 수완 좋기로 소문난 인물인데 서아현이 어떤 수를 쓰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누가 옳고 그른지는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 사람이 ‘서아현’이기에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풀 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몸이 좀 으슬으슬했다. 약하게 열도 있는 것 같았지만 오후에 면접이 있어서 무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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