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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박인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오빠가 그러더라. 요즘 파파라치들이 아현이를 계속 따라다닌대. 이런 시기에 부모님한테 데려가는 건 위험하다고 해서 다음 주로 미뤘어.” “아, 그래요...”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하지만 괜찮아. 오래 기다릴수록 반전은 큰 법이니까. 어차피 조만간 오빠랑 고수혁, 그 두 사람 모두 서아현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될 거잖아?’ 전화를 끊기 전, 나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엄마, 날짜 확정되면 꼭 저한테 알려주세요.” 박인주는 웃으며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데 끼는 거 참 좋아하더니... 걱정 마, 꼭 말해줄게.” ... 집에 도착했을 때, 서아현은 다미 옆을 지키는 두 명의 가정부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오늘 고수혁의 귀여운 공주님이 또 실례를 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실수해 준비해둔 새 바지 세 장은 다 써버렸고 결국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까지 받았다고 했다. 가정부 중 한 명이 억울한 듯 해명했다. “고 대표님, 아현 씨, 저희 정말 조심했어요. 그런데 다미 아가씨가 기저귀 차는 걸 너무 싫어해서요. 엉덩이가 가렵다고 자꾸 빼버리거든요.”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유치원 다닐 무렵 자주 바지에 실수를 했었다. 기저귀에 알레르기가 있어 못 썼고 그래서 자주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상황은 이듬해가 되어서야 조금 나아졌다. 서아현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가정부를 몰아붙였다. “변명은 됐고 아주머니들이 제대로 챙기지 않았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다미가 이 일로 마음에 상처라도 입으면 책임질 수 있어요?” 고수혁은 손에 염주를 굴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영자 아주머니 찾아가서 급여 정산하고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돼요.” 속으로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침착하고 냉철하던 고수혁이 이렇게까지 맹목적일 줄은 몰랐다. 그의 딸은, 정말이지 공주보다 귀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불쾌한 인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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