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내가 최근에 보인 불면 빈도와 우울 척도 결과를 확인한 심리상담사는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지난번에 처방해드린 약... 제때 드시고 계시죠?”
“네, 시간 맞춰 먹었어요. 왜요?”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혹시... 제 병이 더 심해진 건가요? 숨기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알아요. 요즘은 아무것도 안 해도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그냥... 계속 피곤해서요.”
상담사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하는 말이 듣기 싫으실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지난번에 세영 씨가 남편도, 결혼도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죠?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반응들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내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는 바로 말을 이어갔다.
“아니에요, 굳이 부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관계이고 결혼생활만도 4년이나 됐습니다. 아무리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기계가 아닌 이상 감정이 남아 있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미련도 미안함도 분노도... 다요.”
나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뒤 상담은 예정된 절차대로 진행됐다.
고수혁과 함께했던 과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분명 그 시절은 아름다웠는데 이제는 그 모든 추억이 칼이 되어 내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서 나는 천천히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진료실 앞에는 엘리베이터가 세 개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에 들어갔고 문이 닫히려던 순간, 옆 엘리베이터 문이 ‘딩’ 하고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수혁이 그의 비서와 함께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원래 길을 걸을 때 시선조차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 고수혁은 당연히 나를 보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치민 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조심스레 그들을 뒤따라갔다.
고수혁은 다른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 병원은 의사 등급에 따라 진료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그가 들어간 곳은 가장 비싼 곳이었다.
‘저 사람이 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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