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밤이 되자 나는 송미경을 따로 불러내 이 일을 이야기했는데 그녀 역시 나처럼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뭐 어려워? 내가 사설 탐정한테 좀 알아보라고 할게. 만약 고수혁이 진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이혼 문제는 훨씬 간단해져. 정신에 이상 있는 사람이 병 숨기고 너한테 청혼했다면 그건 혼인 사기야.”
나는 얼굴이 시커메져서 말했다.
“너 내가 지금 정신과 치료받고 있다는 건 잊은 거 아니지? 나도 상담받고 있거든?”
“그건 다르지! 넌 그 사람한테 당해서 그런 거잖아! 어쨌든 이건 나한테 맡겨.”
송미경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고수혁 그 자식, 요즘 자기 딸 핑계로 우리 유치원 계속 괴롭히더니만 급기야 우리 아빠까지 협박하더라. 고성 그룹이 매년 지원하던 투자금 끊겠다고. 그래서 고수혁 약점 잡히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완전 잘됐잖아? 걸리기만 해봐 아주, 그때도 여전히 나한테 까불 수 있나 보자고!”
송미경과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고수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거실 쪽에서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서아현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일이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챙겨 먹고, 알았지?”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서아현은 달달한 웃음을 터트렸다.
“응, 그럼 난 안 기다리고 다미 먼저 재울게.”
묘하게 새로웠다.
예전에도 고수혁은 종종 출장을 다니고 외박하는 일이 많았으나 다미와 서아현이 이 집에 들어온 뒤로는, 단 한 번도 밖에서 밤을 새운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오늘 밤 집에 안 들어오는 건 혹시 낮에 다녀온 심리 상담과 관련이 있는 걸까?
방에 들어와 휴대폰을 켠 나는 그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고성 그룹의 건설 현장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현장 소장이 수억 원을 들고 도망쳤고 그 여파로 근로자들은 반년째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공사장 건물의 최고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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