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고수혁은 방금 자신이 한 보장이 나를 안심시키고 심지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오히려 내 이혼 결심을 더 부추겼다.
‘고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껍데기 직함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저택에 갇혀 평생 고수혁과 서아현 모녀가 행복한 가족인 척하며 살아가는 걸 지켜보라는 뜻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다행히도 이제 보름 뒤면 모든 걸 끝낼 수 있었다.
나는 변호사가 말했던 ‘증거 수집’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손톱 길었네. 요즘 바빠서 못 깎은 거 아니야?”
고수혁은 아까 턱을 잡았던 것 때문에 내가 아프다고 말하는 줄 알고 바로 손을 내려놓았다.
실제로 그의 손톱은 길지 않았다.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손톱의 길고 짧음이 아니었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샘플’이었다.
DNA 감정을 위해서는 손톱이거나 머리카락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나는 일부러 조금 흔들린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톱깎이 가져와. 내가 깎아줄게.”
그건 과거에 내가 자주 해주던 행동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고수혁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손톱을 깎아주고 넥타이를 매주고 목욕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다고 믿었다.
고수혁도 그 시절을 떠올렸는지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서아현과 다미가 나타난 뒤로 내가 먼저 다정하게 다가간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는 손톱깎이를 가져와 예전처럼 내 곁에 앉았다.
나는 그의 손톱을 조심스럽게 깎으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떠올리자 심장이 두근거리며 요동쳤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썼지만 결국 그에게 긴장했다는 걸 들키고 말았다.
“오래 안 해서 그런가? 손이 좀 서투르네.”
“요즘은... 기회가 없었잖아.”
나는 마치 그의 손톱을 깎아주는 게 나에게 꽤 특별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애교 묻은 말투를 썼다.
그 말에 완전히 넘어간 고수혁은 조금 전 강민숙에게 맞아 붉게 달아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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