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급하게 판 거라 기억이 잘 안 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세영아, 내일...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그 목걸이 내가 다시 사 올게.”
말을 마친 고수혁은 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덧붙였다.
“잘 보관해. 다음엔... 잊지 마.”
그 말에 내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내일이 벌써 결혼 4주년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
지금 목걸이를 되찾겠다는 그의 모습은 마치 이 결혼에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근데... 정말 그럴까? 만약 미련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 정도로 무자비하게 상처를 줄 수 있었을까?’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조금 전 일렁이던 감정은 금세 식어버렸다.
나에게 그 목걸이는 의미를 잃어버린 물건일 뿐이었다.
되찾아오든 다시 사 오든... 이제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고수혁의 ‘약속’은 대부분 공허한 말뿐이었다.
그는 말해놓고는 금세 잊어버렸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그냥 빈말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의 행동은 놀라울 만큼 빨랐다.
...
그날 저녁, 나는 고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어이구, 수십 년 만에 번호가 그대로네? 혹시 내가 연락 못 할까 봐 일부러 안 바꾼 거야?”
나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헛소리 말고 무슨 용건인데?”
고하준의 목소리는 장난기가 잔뜩 섞여 있었다.
“고수혁이 내게서 그 보랏빛 비취 목걸이를 다시 사 갔어. 너 얼마에 가져갔는지 맞혀볼래?”
“궁금하지 않아.”
“200억, 한 푼도 안 깎고.”
나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흥미 없다고 말했지만 200억이라는 숫자는 예상 밖이었다.
과거 고수혁이 그 목걸이를 경매에서 낙찰받았을 때도 가격은 20억이었다.
고하준이 다시 사들였을 때도 그보다 크게 높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고수혁은 그 목걸이를 되찾겠다며 무려 그 열 배에 달하는 돈을 지급한 것이다.
철저히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목걸이 하나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한동안 침묵하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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