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그렇게 나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취조실의 형광등은 뜨겁고 눈부셔서 내 얼굴을 곧바로 파묻는 듯했다.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용의자로 심문받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두렵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경찰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으며 나는 모두 사실대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답변이 피해자 주현성의 진술과 다르다고 하며 추가로 수사와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유 모를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 얼마나 있어야 하죠?” 경찰은 일관성을 갖춘 태도로 말했다. “이미 남편분께 연락드렸습니다. 그분이 보석을 신청하시면 오늘 중으로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고수혁 말인가요?” 그 이름은 이제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그라든 재처럼 느껴졌다. 그는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내 곁에 없었다. 그에게 연락하는 것보다 윤씨 가문이나 송미경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경찰은 배우자가 직계가족이므로 반드시 먼저 통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심문이 끝난 후 경찰은 나를 작은 단칸방으로 데려갔다. 고작 몇 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은 음습하고 축축했다. 유폐된 공포감이 온몸을 덮쳐왔다. 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린 채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는 상태로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듯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길게만 느껴졌다. 얼마 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 문을 열며 말했다. “윤세영 씨, 가족이 보석하러 왔어요.” 내 눈앞에 마침내 한 줄기 빛이 스쳤다. 나는 저린 무릎을 움켜쥔 채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면회실 안에는 고수혁이 서 있었다. 나를 본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 “가자.” 의외로 경찰은 그에게 공손했다. “고수혁 씨,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팀장님께서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드릴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현성은 반드시 엄중하게 처벌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는 펜을 들어 서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