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화

“그날, 연혜빈이 창문 밖에 서 있으면 네 시험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대기실로 간 거야. 가던 중에 갑자기 내 쪽으로 넘어져서 피했지만 연혜빈이 내 소매를 잡아당겼던 거고. 아마 그러면서 일부러 내 소매에 립스틱을 묻힌 것 같아.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고 저녁에 옷을 갈아입을 때야 발견했어.” 원래 설명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연시윤이었고 누구에게도 설명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임이서에게는 몇 번이고 기꺼이 설명할 수 있었다. 사실이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임이서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연혜빈 씨가 일부러 연기한 거네요. 이상하네요. 왜 연기했을까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아마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는 연시윤은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임이서를 바라보았다. 오직 개구리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해진 분위기 속에 임이서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연시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며칠 동안 속상했던 거야? 그럼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네?” “아니에요!” 임이서는 즉시 부정했지만 얼굴은 어느새 시뻘게져 있었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임이서의 양쪽 뺨은 익은 새우 껍질처럼 빨간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 졸려서 먼저 잘게요!” 재빨리 도망친 임이서는 너무 급히 뛴 바람에 마당 잡초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연시윤이 긴장한 얼굴로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자 임이서가 급히 돌아서며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시윤 씨는 계속 별 보고 있어요. 나 먼저 잘게요, 잘 자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몸을 돌려 양어머니를 꼭 껴안았지만 귓가에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 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양어머니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강하고 시끄러운 심장 소리에 임이서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마당 밖에 있는 연시윤은 조금 더 멀리 걸어간 뒤 엄철용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연혜빈은 마음씨가 바르지 못하니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