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연정우는 반성문을 건네받지도 않고 이유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고 장미소한테 장난을 쳤다.
“싫어. 이따가 올라가서 아무 말이나 하면 돼.”
장미소는 아주 조급한 얼굴이었다.
“징계까지 받았는데 아무 말이나 하면 어떡해? 얼른 받아. 지난번처럼 잘못 읽지 말고.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임지성이 널 괴롭히면 나도 그땐 널 도와줄 수가 없어.”
장씨 가문은 임씨 가문의 상대가 아니었다.
연정우는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괜찮아. 학교에서 잘리면 그만이야. 마침 나도 학교 다니는 게 싫었는데 뭘.”
장미소는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연정우를 대신해 반성문을 읽을 수 있다면 그녀는 분명 제일 먼저 달려들 것이다.
이때, 담임 선생님이 줄 밖에서 소리쳤다.
“연정우, 임이서. 너희 둘은 맨 앞으로 나와.”
줄의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은 키가 가장 작거나 이따가 무대에 올라가 칭찬이나 비판을 받을 사람이었다.
임이서와 연정우는 모두 키가 큰 편인데 갑자기 앞으로 불려가는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고소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연정우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어쨌든 그에게 올라가서 반성문을 읽으라는 것도 아닌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한편, 왜 자신까지 앞으로 불러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임이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장미소가 급하게 반성문을 그녀에게 건네주면서 연정우한테 전해주라고 했다.
반성문의 두께를 보니 종이가 다섯 장이었고 적어도 2000자는 되는 것 같았다.
장미소는 연정우에 대해 진심인 듯하다.
그녀는 반성문을 주머니에 넣고 앞으로 가서 연정우와 나란히 섰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1반 앞에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임지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고 뭔가를 눈치챈 듯 이내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상을 주고 벌을 받는 시간이 되었다.
명예 깃발을 받은 건 이변 없이 엘리트 반이었다.
임지성은 깃발을 받으러 무대에 올랐지만 어두운 얼굴이었다.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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