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임이서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손을 뗐다.
“어... 그게 아니라요. 다리 부상을 확인하려고 한 거예요.”
“응.”
남자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임이서가 뭔가를 감추려는 걸 알아챈 듯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임이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을 놓으시면 가위로 바지 윗단을 자를게요.”
남자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호탕하게 말했다.
“귀찮아.”
“그럼 그냥 벗어요.”
임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재차 강조했다.
“정말 다리만 확인할 거예요.”
“알았어.”
임이서는 그가 오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손목을 빼려 하자 연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목을 더 단단히 잡았다.
임이서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치료 방법을 생각했다.
“실례할게요.”
“응.”
그녀는 몸을 숙이더니 연시윤의 바지 윗단을 잡고 이빨로 뜯어내려 했다.
남자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뜯어도 잘리지 않자 임이서는 애꿎은 환자복을 탓하며 툴툴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듯 얼어붙더니 침착하게 고개를 들고 은침을 꺼내 복부에서 세 뼘 떨어진 곳에 침을 꽂았다.
연시윤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고 눈에는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운 빛이 담겨 있었다.
피로마저도 애정으로 변한 것 같았고 마치 임이서가 무엇을 하든 용납해 주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을 흘깃 쳐다본 임이서는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다시 옷을 뜯기 시작했다.
마침내 찌익 소리와 함께 질긴 천이 뜯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침을 꽂은 후 능숙하게 지혈하고 통증을 완화시켰다.
그리고 다시 연시윤 잠재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나니 임이서도 많이 지친 듯 어느새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30분이 지난 후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
연정우는 방금 자신이 목격한 상황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김하준에게는 그저 연시윤이 잠들었다고 알려줬다.
김하준은 철저하게 시간을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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