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아아아악! 임이서! 나 다시는 너 안 믿어!”
“넌 진짜 사기꾼이야! 어떻게 내 진심을 이런 식으로 짓밟을 수가 있어! 널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은 내가 바보였지!”
연정우는 당장 눈앞에 있는 조폭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틈을 타 누군가가 그의 뒤에서 쇠파이프를 힘껏 휘둘렀다.
그 순간, 누군가가 쇠파이프를 잡은 남자의 팔을 세게 움켜쥐더니 옆으로 확 끌어당겼다.
팔이 잡힌 남자가 휘청거렸다. 방금 자신이 휘두르던 그 쇠파이프가 머리를 스치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
곧이어 임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하게 올려묶은 포니테일 머리는 빗물에 젖어 물방울을 날렸고 길게 뻗은 다리는 빠른 속도로 조폭의 배에 꽂혔다.
남자는 임이서의 일격에 몇 미터 정도 날아가 차량 보닛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임이서는 거침없이 그에게 다가가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쇠파이프를 발끝으로 연정우에게 던져주었다.
“이거 받아!”
연정우는 잠시 멍해 있는가 싶더니 바로 쇠파이프를 낚아챘다.
그 와중에도 시선은 저도 모르게 임이서에게 향했다. 빗속을 가르며 달려드는 그녀의 동작은 모든 게 날카롭고 치명적이었다. 남자들에게 달려드는 그녀의 눈빛에 잔혹함과 살기가 담겨 있었다.
옷이 모두 젖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초라하긴커녕 오히려 더 강인하고 당당해 보였다.
연정우는 이때까지 임이서보다 멋있는 여자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가볍게 웃음을 터뜨린 그는 흥에 겨워 다시 싸워나갔다.
하지만 이제 막 전력을 다해 반격하려던 그때, 연정우의 손목을 꽉 움켜잡은 임이서가 크게 외쳤다.
“뛰어!”
그녀가 달리자 연정우의 두 다리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리의 반대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하지만 연정우의 시선은 여전히 임이서의 젖어있는 머리카락 끝에 고정되어 있었다.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주변의 소음과 혼란스러움도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임이서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만 빤히 쳐다보았다. 머리카락 끝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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