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쓸데가 있어서.”
그 순간 우혁수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는 내가 이 검을 아버지에게 드릴 작정이라는 걸 눈치챈 듯했다.
“이만 냥.”
갑작스레 건너편 별실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곳엔 다름 아닌 연덕왕, 공준이 있었다.
그의 별실 창문은 절반만 열려 있었고 나머지는 닫혀 있었다. 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자 하나가 꼿꼿이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지난번 성문 밖에서 다섯째 황자 연덕왕과 둘째 황자 진현왕을 마주쳤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날 진현왕이 사람을 죽이던 광경 또한 잊히지 않았다.
창 너머 자리에 앉아 있는 그림자는 아마 진현왕일 터였다.
“우 부인은 값을 올릴 용기가 없소? 아니면 가진 돈이 떨어진 게요?”
공준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태연히 웃었다.
“저는 금 만 냥을 내겠습니다.”
금 만 냥은 내 혼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깝기도 했지만, 아버지를 위한 물건이라면 아깝지도 않았다.
공준이 더 입을 열 기세를 보이자 나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사실 금 만 냥이 제가 가진 전부인데, 연덕왕 전하께서 더 올리시겠다면 물러나겠습니다. 제가 기꺼이 양보하지요.”
그 말을 들은 공준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다.
나는 그가 예전에 심선화를 붙잡으려다 내가 가로막았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다. 아마도 오늘 일부러 값을 끌어올린 것도 그 일에 대한 앙심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손에 돈이 없는 건 아닐 터였다. 다만 지금처럼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큰돈을 쓰는 일은 그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간의 눈에 그는 어디까지나 한가한 왕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공준이 진짜로 자신의 야심과 실력을 드러낸 건 반년 뒤, 태자가 폐위될 무렵이었다.
사실 전생이든 지금이든 나는 그의 눈에서 황위를 향한 야망이 들끓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창 너머 그 그림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혹시 공준이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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