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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우 노부인은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가 내가 오는 것을 보고서야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청옥아, 황 노부인과 장 노부인에게 빵 좀 만들어 주겠느냐?” 이에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 부엌에 제빵사가 있습니다. 편히 쉬라고 그들에게 품삯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빵사들에게 빵을 만들어오라고 할 테니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자리를 떠났다.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두 노부인을 뒤로한 채. 우 노부인은 일만 있으면 우혁수에게 찾아가서 고자질했으나 전생에는 내가 고분고분하고 말을 잘 들었기에 진혜영의 얘기만 꺼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님도 나와 같은 처지었어. 미천한 신분 때문에 늘 할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산 것이지. 어찌 되었든 밤이 되면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혁수에게 말하겠지.’ 저녁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가 우혁수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 노부인의 말에 우혁수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내 변화에 대해서는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 내가 우 노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할머니, 저택에 제빵사가 있지 않습니까. 이 사람이 만들기 싫다고 하니 제빵사에게 시키세요.” 그 말에 나는 우혁수를 흘끗 쳐다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어댔다. 하지만 나와 달리 우 노부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무슨 말을 그리하는 것이냐, 혁수야. 여인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가문의 사람들을 섬기게 하려는 것이란 걸 너도 잘 알잖아. 하니 청옥은 당연히 내 뜻에 따라야 하는 법. 이런 작은 일조차도 안 하려 든다면 나중에 너와 내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들 수도 있어.” 이렇게 말하면서 우 노부인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이에 우혁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우 노부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그 뜻에 따랐다. “제가 한번 말해 보겠습니다.” 우 노부인은 그제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옥이 더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잘 말해 봐. 그래도 우리 혁수가 높은 관직에 있다 보니 주변에 여인들이 넘쳐나서 참으로 다행이야.” 나를 들으라고 한 말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첩이라도 들이겠다는 건가?’ 나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밥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은 후, 다정이 건넨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서방님에게 첩 들이는 일을 의논 중이신가 보네요. 저는 찬성이니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시면 어서 들이십시오.” 말을 마치고 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뜰로 향했다. 뜰에 들어서기 바쁘게 우혁수가 뒤따라오는 것을 봤으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별일 없으면 서방님은 이 뜰에 발을 들이지 않지 않습니까.” 이 말에 우혁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할머니께서는 심장이 안 좋으시오. 한데 내가 이 뜰로 오기를 바란다면 직접 말하면 될 것을 왜 할머니를 화나게 하는 것이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찌 이리도 자아도취에 빠질 수가 있는지.’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서방님이 싫습니다. 할머니의 심장이 안 좋은 것이 제 탓입니까? 그리고 빵을 만들어 드리지 않아서 화난 것도 제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많은 제빵사가 할 일이 없어서 밥만 축내고 있어요. 시녀와 종놈들이 가문의 사람들을 섬기면 될 것을 왜 저까지 섬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절대로 그리하지 않을 것이니 제가 마음에 안 든다면 어서 이혼장을 주십시오. 그런 다음 첩을 들여 할머니를 섬기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우혁수는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하긴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으니 어쩌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도. 아니면 내가 수단을 바꾸어 사랑 표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또 이혼을 제출하자, 우혁수의 미간이 가운데로 힘껏 오므라들었다. “이혼장을 내가 준다고 했거늘 어찌 이리도 보채는 것이오.” 말을 마친 우혁수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하자,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예! 되도록 빨리 주십시오. 그래야만 빨리 떠날 수 있으니.” 우혁수가 이혼장을 지금 당장 주면 좋았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언제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 설마 1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 뒤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우혁수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이 여인은 정말로 내가 이혼장을 안 줄까 봐 걱정하는군.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니 어쩔 수가 없어.’ 우혁수는 업무를 처리하려고 서재로 향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한밤중이 되자, 우혁수는 손으로 아픈 이마를 주무르며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다 위에 생긴 약간의 통증 때문에 그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해시에 집사가 죽을 가져와야 하거늘 왜 자정이 훌쩍 넘었는데도 안 가져오는 거야?’ 위가 점점 더 아파지자, 우혁수는 위병이 또 도졌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도지지 않다 보니 위병이 있다는 것조차 까먹고 있었네.’ “집사!” 그 말에 50살이 넘은 진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찾아계십니까, 대인.” “죽은 왜 아직도 안 가져오는 것이냐?” 진 집사는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인께서 평소 드시던 죽은 우 부인이 직접 끓이신 겁니다. 한데 오늘에는 끓이지 않으셨더군요.” ‘청옥이 직접 끓인 것이라고?’ 우혁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청옥이 시집온 후부터 밤에 죽을 먹기 시작했구나.’ 우혁수가 도성에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진 집사는 우씨 저택에 들어와서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래서 우혁수 부부의 사이가 안 좋은 것과 소청옥이 우혁수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진 집사가 입을 열었다. “대인, 우 부인께서 죽 끓인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우 부인이 끓인 죽이란 걸 아신다면 드시지 않을까 봐.” 우혁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하! 매수당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진 집사, 네가 누구의 사람인지 잊지 마라! 그만 물러가!” 이에 진 집사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문 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서류들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초조함을 감추지 못해서 우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쉬려다가 눈을 번쩍 뜨더니 향을 피우고 있는 진 집사를 쳐다보았다. 오늘의 향은 진하고 자극적이라서 예전의 은은하고 맑은 향과는 달랐다. “전에 사용하던 향은 다 떨어진 것이냐?” “안신향은 우 부인께서 여러 향을 조합해서 보내주신 것이나 오늘에는... 보내오지 않으셨네요.” 굳은 우혁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진 집사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향을 당장 치우거라.” ‘청옥은 왜 이리 나서기 좋아하는 것이야. 향이 없으면 내가 못 잘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튿날 아침, 나는 들뜬 기분으로 저택을 나서려다가 조정에서 돌아온 우혁수와 마주쳤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 데다 눈에 피로가 가득해 기운이 없어 보였으나 나는 오히려 잠을 잘 자서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게다가 화장을 한 채 연붉은색 치마를 입고 있어서 우혁수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우혁수를 쳐다보며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조합한 안신향이 없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군.’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내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우혁수가 굳은 표정을 한 채 내 옆으로 지나가자, 나는 우혁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잣거리에 나온 나는 또 서화를 팔고 있던 허대성을 보게 되었다. “낭자, 혹 서화가 더 필요하십니까?” 서화들은 솔직히 별로여서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허대성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물론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일자리 하나 소개해 드릴 게요.” 내 말에 허대성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낭자가 말한 일자리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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