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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림서원에 가서 소봉남 부사를 찾으십시오. 소청옥이 추천했다고 말하고 일자리를 제공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허대성에게서 동병상련을 느껴서 나는 그를 도우려고 했다. ‘비록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았으나 허대성은... 내가 도와준 이후로 그의 앞날이 너무 비참하지 말아야 할 텐데.’ 끊임없이 감사를 전하는 허대성을 뒤로한 채 나는 도성 최고의 재봉점으로 향했다. 우혁수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의복을 흰색으로 바꾸려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은 혼인하기 전에 샀던 오래된 옷이었다. 우혁수가 하연주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평소 화려한 옷을 입기 좋아했던 하연주가 붉은 치마를 입은 채 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지. 사실이 증명하듯,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아무리 맞춰 준다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 힘든 법.’ 나는 예전의 화려한 색을 좋아하던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우 부인. 옷 맞추러 오셨나 보군요. 아, 김 재봉사가 한복 한 벌을 보내오셨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김 재봉사, 도성에서 손꼽는 재봉사로, 궁에 있던 재봉사들보다도 한 수 위였던 그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의복은 양식이나 자수 작업 면에서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 귀비가 거금을 들여 궁에 데려오려 했으나 김 재봉사가 거절했다고 들었다. 그녀는 절대로 계약금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옷 한 벌 만드는 데 오랜 시일을 소모했다. 비록 먼저 주문한 사람이 먼저 가질 수 있다고는 하나 비싸다 보니 일반 백성들은 사기 힘들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나는 김 재봉사가 만든 옷을 한 벌 사본 적이 있었다. 그때 예상외로 내 몸에 딱 맞아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시오.” “청옥이 아니냐!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맞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네가 얼마나 그리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황영애와 서정연이었다. 어제 일 때문인지 이들의 얼굴에 조심스러움이 약간 묻어있었다. “어제 우리 만났잖아.” 이렇게 말한 후, 나는 당황한 두 사람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한복을 가지고 나온 주인장에게 돌렸다. 허리를 조이는 청록색의 긴 치마, 짙은 녹색에 가까운 허리띠, 그리고 층층이 겹쳐있던 얇은 치맛자락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촉감이 매우 좋았다. 만약 뚫려있던 어깨에 연두색의 얇은 저고리를 입으면 옥 같은 팔이 은은하게 비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으로 대단한 설계야.’ 이것이 바로 세상천지에 유일무이한 김 재봉사가 만든 한복이었다. ‘와! 너무 예쁘네요!’ ‘그러게요. 참으로 예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여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으나 김 재봉사가 만든 옷이라 눈요기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양가 댁 규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인장! 그 한복이 마음에 드니 장군부로 보내주시오!’ 한 여인의 우렁찬 목소리에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니 심선화가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심선화가 도전적인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 후, 은표를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조금 모자라니 은표 가지러 내 장군부에 다녀오리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아마도 외출할 때 은표를 적게 가져온 것을 후회하나 보군.’ “선화가 참으로 너무하네. 청옥아, 절대로 양보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어떻게 당할지 몰라.” ‘맞아. 감히 먼저 온 너를 무시하다니.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어.’ 마치 당한 사람이 자신들인 것처럼 황영애와 서정연은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생에 내가 이런 두 사람을 믿고 심선화에게 대들었단 말인가?’ 내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영애와 서정연을 쳐다보자, 이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주인장에게 돌린 후, 은표를 심선화의 품에 도로 넣어주면서 말했다. “네가 이 한복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내가 사줄게.” ‘전생에서 진 빚을 이것으로 대신하면 되겠군.’ 나는 은자를 지급하라고 뒤에 있던 다정과 다영에게 손짓했다. 옆에 있던 심선화는 눈을 크게 뜨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다가 내 머리를 가리켰다. 마치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 듯해서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난 진심으로 한 말이니 어서 이 한복을 가져가.” 그러자 심선화는 은표를 품 안에 넣으며 말했다. “아니다. 이제 보니 저 한복은 내 기질에 맞지 않는 것 같구나. 난 필요 없으니 네게 양보하겠다.” 말을 마치고 심선화가 자리를 뜨자, 나는 고개를 돌려 그 한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심선화의 기질과 어울리지 않아. 하면 이 한복은 내가 가져가는 걸로 하고 나중에 그녀의 기질에 맞는 옷을 선물해야겠군.’ “청옥아, 한발 물러서기 참으로 잘했어.” “그러게 말이다. 숙녀들이 입는 한복이 당연히 저년에게 어울리지 않지. 그래도 저년이 제 주제를 알아서 다행이야.”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너의 둘은...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이렇게 말하고 나는 당황한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헛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무엇보다도 이런 벗들이 나는 필요 없었다. 재봉점을 나서자마자 벗들과 놀러 나온 나성호를 만났는데 그는 여전히 수줍어했다. “청옥 누님, 여기서 또 보네요.” 나는 그저 인사만 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우혁수와 그 일행들을 발견했다. ‘저들도 거리 구경하러 나온 것인가? 사내끼리 무슨 구경할 게 있다고.’ 나는 나성호를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다, 성호야. 혹 괜찮다면 나랑 함께 거리 구경을 하지 않겠느냐?” 이런 모습을 우혁수에게 많이 보여줘야 그가 화가 나서 하루빨리 이혼장을 줄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내 말에 나성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찼으나 그 기쁨은 이내 수심으로 바뀌고 말았다. “청옥 누님, 우리가 함께 거리를 거닌다면 우 대인이... 제가 거리 구경을 하기 싫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누님과 우 대인의 사이에 금이라도 갈까 봐.” 내가 오해할까 봐 나성호는 해명하기에 바빴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한테 아무 감정이 없단다.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이미 이혼하기로 했으니 안심하거라.” 내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나성호를 쳐다보며 나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내가 이혼하는데 얘는 왜 이리 좋아하는 거야?’ 내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손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세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혁수야, 흥분하지 말고, 우 부인과 잘 얘기해 봐.” 심계민이 제지하려 했으나 우혁수는 그를 무시한 채 내 손을 세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나는 손목이 아파서 소리쳤다. “이거 당장 놓으십시오!” 말하는 사이 그가 내 손을 세게 내던지자, 나는 중심을 잃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평소의 예의범절은 다 어디 간 것이오, 부인!!!” 나는 화가 치밀어오른 우혁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 제가 서방님의 명성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 이러는 겁니까? 그게 두려우시다면 이혼장이나 주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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