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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배신의 대가

백아린은 마음이 뒤숭숭해 멍하니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추금선은 한결 마음을 놓은 듯 조심스레 말했다. “아린아, 네가 늘 이 집이 낡고 불편하다고 했잖니. 차라리 엘리든 저택으로 가서 지내. 난 여기 정 붙여서 당분간은 안 갈 생각이야.” “저 할머니랑 함께 있을래요. 저도 여기가 익숙해서요.” 백아린은 재빨리 할머니의 팔을 끼고 강태준을 향해 말했다. “태준 씨, 정말 고마워요. 사실 저도 태준 씨의 도움이 필요하긴 한데 지금은 여기서 할머니랑 재봉점 일을 좀 도와드리고 싶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제경으로 가서 살면 되니까요.” 추금선과 주변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눈빛으로 백아린을 바라봤다. 예전에는 백아린이 할머니를 무능하다며 몰아붙였고 이런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동네 사람들이 꿈꾸는 대저택을 마다한다니. 강태준은 거절당했지만 전혀 기분이 상한 기색 없이 오히려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럼 우선 여기서 계속 지내시고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네, 고생 많으세요.” 추금선이 머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답했다. 그제야 강태준은 차에 올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귀족처럼 여유롭게 자리를 떠났다. 백아린은 멀어지는 검은 세단을 멍하니 바라봤다. ‘오늘 일부러 선물을 주려고 집까지 온 걸까? 왜...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아린아, 너 오늘 이렇게 선물 많이 받았는데 우리 모두 이웃 아니니? 좀 나눠야 하는 거 아니겠어?” 장옥희의 목소리가 생각을 끊었다. 고개를 들자 장옥희는 기대와 탐욕이 섞인 눈빛으로 백아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평소 잇속 챙기기를 좋아하는 동네 아줌마들도 잽싸게 거들었다. “그러니까,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축하해야지. 추 할멈, 우리한테 마사지라도 한 번 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옥 장신구 같은 거 쓸 데도 없잖아요? 나 주면 딱인데.” “난 요 며칠 몸이 으슬으슬한데 인삼 뿌리 하나만 줘요. 조금만 줘도 돼요. 아까워서 안 주는 건 아니죠?” 말이 오가며 몇몇 아줌마들은 슬며시 집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금선은 이웃이기도 하고 거절하기 어려워 망설였지만 백아린은 단호했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문 앞을 막으며 말했다. “곧 크게 연회를 열 예정이고 참석하시는 분들께는 넉넉한 답례품을 준비할 겁니다. 그러니 오늘 받은 건 그 답례 준비용이라 미리 드릴 수 없습니다.” 웃음으로 덮었던 이웃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연회? 그럼 축의금은 또 얼마일까... 답례품은 어떤 건지 또 누가 알겠어?’ 무엇보다 백아린이 몸으로 길을 막고 있으니 억지로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결국 아줌마들은 투덜거리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장옥희는 낮에 한 차례 당한 후 감히 강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거리 모퉁이 2층 창가에 앉아 한 남자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윤재였다. 그의 부드럽던 눈동자가 서서히 짙고 어두운 빛으로 물들어갔다. ‘백아린... 강태준이랑 엮였구나. 그래서 날 배신한 거였어?’ ‘착각하지 마. 강태준 같은 사람이 네게 진심일 리 없어. 잠깐 갖고 노는 거지.’ 도윤재의 입가에 냉소가 스며들었다. ‘백아린, 곧 네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될 거야. 배신의 대가를 똑똑히 치르게 될 테니까.’ 내일의 일을 떠올리며 도윤재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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