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모든 걸 바로잡을 거야
“백아린, 오늘부턴 당장 학교에서 나가! 다시는 청운고 정문 안으로 발도 들이지 마.”
교장은 그녀를 거칠게 학교 밖으로 밀쳐내며 책가방까지 마구 내던졌다.
비틀거리며 학교 밖에 선 백아린을 향해 안에서는 깔끔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비웃음 섞인 시선을 쏟아냈다.
“진짜 뻔뻔하기 그지없어. 깡패들이랑 어울린다며.”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게 창피할 정도야. 백아린, 당장 꺼져! 아예 멀리 사라져버려!”
수십 쌍의 조롱과 혐오가 그녀를 향해 화살처럼 꽂혔다.
숨이 막히는 기분에 도망치듯 뛰기 시작했지만 어디를 가도 온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했다.
“봐, 저 애가 백아린이야. 깡패랑 모텔 들어간 애. 나이도 어린 게 창피할 줄도 모르네.”
“아직 젖비린내도 안 났는데 벌써 그런 짓을 했다더라. 게다가 고아라서 엄마도 평판이 안 좋다던데.”
...
장면이 바뀌었다.
백아린은 백시연이 ‘가장 비싸고 예쁜 원피스’라며 건넨 가짜 명품 초록 원피스를 입고 금빛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대형 홀에 들어섰다.
순간, 주변에서 비웃음과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게 백씨 가문의 장녀라며? 초록 원피스에 빨간 구두라니, 촌스러워서 눈 뜨고 못 보겠네. 쫓겨난 것도 괜히 그런 게 아니었어.”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하고 사회 깡패랑 모텔 가고 심지어 낙태까지 했다던데.”
“그런 애를 왜 집에 들여? 시연이처럼 얌전하고 교양 있는 딸 하나면 충분하지. 이건 백씨 가문의 망신이야, 금성시 풍기 문란의 주범이지.”
욕설과 멸시가 쏟아지는 와중에 백아린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어찌할 바 몰랐다.
‘시연이가 이게 제일 예쁘고 비싼 옷이라던데... 왜 다들 날 비웃는 거지?’
답답함에 백시연에게 다가가 묻자 평소 온화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왜 그런 거냐고? 할아버지가 네게 지분을 주려고 했으니까. 네가 내가 누려야 할 백씨 가문의 장녀 자리를 빼앗았으니까.”
“백아린, 난 네가 죽도록 미워. 왜 우리 집으로 돌아왔어? 왜 태어날 때 죽지 않았어? 너야말로 네 천한 엄마랑 같이 지옥에 떨어져야 했어.”
“백씨 가문은 내 거야. 지분도 전부 내 거라고! 죽어버려!”
순간, 백시연이 꽃병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아악!”
백아린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숨을 헐떡이며 둘러보니 여전히 낡은 방 안이었다.
거울 속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열여덟 앳된 모습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전 끔찍했던 장면은 반은 현실이었던 전생의 기억과 뒤섞인 악몽이었다는 것을.
가슴 속에 끝없는 안도감과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증오가 밀려왔다.
그녀의 눈빛이 한층 매섭게 변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다시 살아났으니 이번 생은 절대 똑같이 당하지 않아. 모든 걸 바로잡을 거야.’
청운고 아침 자습은 7시 40분부터지만 지금은 6시였다.
백아린은 다시 잠들지 않았고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속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빛을 가늘게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