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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나의 약혼자

“방소희, 네 말이 맞아. 우리 엄마가 내가 시집 못 갈까 봐 걱정되셔서 어릴 때부터 약혼 상대를 정해줬거든. 그런데 말이지, 난 이 혼사가 꽤 마음에 들어. 너희도 자신 있으면 나처럼 좋은 약혼자 한번 찾아보라니까?” 백아린이 능글맞게 받아치고는 포크를 들어 대왕 새우를 집어 들었다. 선명한 붉은색에 통통하게 찬 살,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도 절반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보통 새우라면 한입에 다 먹어도 이 사이도 안 찬다. 그 장면에 몇몇 여학생들이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방소희네 집도 못사는 건 아니지만 매일 해산물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특별한 날에나 먹는 수준인데 백아린은 매일 이런 호사를 누린다니, 부러운 마음과 질투심이 뒤섞이며 방소희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흥, 그래서 어쩌라고? 한 회사의 대표가 너 같은 외모랑 성격을 가진 애한테 잘해준다는 건 그 사람도 조건이 한참 떨어진다는 얘기지. 내 말 맞지?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배가 불룩하거나, 아니면 늙다리 아저씨일 확률이 높아.” “맞아. 뉴스 보면 젊은 여자들이 돈 보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한테 시집가는 경우가 많잖아.” 장영서도 거들었다. 아까까지 부러워하던 애들도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럴 거면 난 이런 거 안 먹어도 돼. 그냥 잘생긴 남친이 좋아. 좀 가난해도 괜찮아.” 그때까지 말없이 듣고 있던 유서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린아, 너 설마 진짜 그런 사람이랑 사귀는 건 아니지? 굳이 이런 음식을 즐기려고 너 자신을 희생할 필요 없어.” “뭐라는 거야? 내 약혼자는 우리 학교에 있는 누구보다 잘생겼거든.” 백아린이 진심 담긴 말투로 단언했다. “아니, 잘생긴 걸 넘어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몇 등급은 앞서.” “하하. 백아린, 너 지금 허세 부리는 거야? 안 부끄러워?” 방소희가 비아냥거렸다. 다른 애들도 거들었다. “맞아. 우리 학교가 작긴 해도 도윤재 정도면 완전히 동화 속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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