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6장

추미은은 가느다란 하이힐을 신고 과수원을 향해 분노에 가득 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도중에 직원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게다가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이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다. 분명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걸까? 서하윤은 여전히 차은우와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차은우의 표정에서는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에 서하윤은 가능한 한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어 전하려 했다. 오늘은 정말 수확이 많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그와의 짧은 결혼 생활 속에서 쌓은 추억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순간, 갑작스러운 외침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너였어... 서하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설마 진영 씨를 만나려고 몰래 들어온 거야?” 추미은의 표정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불륜녀를 잡으려 했는데, 그 사람이 서하윤이라니! 방금까지만 해도 서하윤이 세명시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생에서는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서하윤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방금 전, 서하윤과 차은우가 다정하게 기대어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차은우는 그녀를 등지고 있어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지나치게 가까웠고, 고개를 살짝만 숙이면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였다. 추미은은 분노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차은우는 뒤돌아서 추미은을 바라보았다. 추미은은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여자 당신 찾아서 무슨 말 했어?” 서하윤은 자신을 질책하는 추미은을 바라보며, 이전처럼 거리를 두거나 피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은우는 법적으로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추미은 또한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