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8장

그런 막장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는 오직 처참한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가족은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사람이라면 굳이 다시 나타나서 지금의 평온한 삶을 깨트릴 필요는 없었다. 서찬호는 서하경이 이미 자기를 알아봤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강서진은 워낙 정이 깊은 사람이라 분명 아이들에게도 자기에 대해 말해주었을 것이며 그의 사진 또한 남겨두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서하경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고 자기를 피하려 드는 것도 사실 예상했던 일이다. “하경아, 날 알아봤다면 시간 좀 내줄래? 얘기 좀 하자.” 하지만 서하경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당신이 정말 제 아버지라면 그동안 어디 계셨던 거죠? 왜 갑자기 아버지라고 다시 제 앞에 나타난 거죠?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요?” 말을 끝낸 서하경은 바로 트렁크를 닫고 차 문을 열었다. 예상보다 더 차가운 서하경의 반응에 서찬호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 “이건 한두 마디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야. 아빠와 함께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하자.” 그러나 서하경은 단호했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우리 가족도 건드리지 마시고요.” 서하경은 가차 없이 엑셀을 밟고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경계심이 가득한 서하경의 모습에 서찬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막내아들조차 큰아들과 둘째 아들과 똑같이 자기에게 이렇게 냉담하게 대할 줄 상상도 못했다. 서하경을 만나기 전 서찬호는 이미 서하준과 서하민을 찾아갔었는데 두 사람은 그를 철저히 무시하며 절대 강서진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경고까지 날렸다. 그런데 막내까지도 똑같이 차갑게 나왔다. 서찬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ㅡㅡ 아파트로 돌아온 서하경은 냉장고를 열어 콜라 한 병을 꺼내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야 겨우 20분 전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 그는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