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6장

서찬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서찬호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지만 서하경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해도 서찬호가 아내와 자식을 버린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하경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 “서하경, 난 네 아버지야. 그동안 너희를 찾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나도 나름 사정이 있었어. 그리고 그동안 너희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야. 일단 차에 타서 천천히 얘기하자." 서찬호는 화가 났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한 태도로 서하경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의 자식들은 전부 그가 처자식을 버렸다고 원망하고 있었다. 그 당시 상황이라면 어떤 남자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며 그때의 결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자식들은 그때 그 일로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서진, 대체 애들을 어떻게 가르친 거지?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도록 만든 거야? 서하경은 곧바로 거절하려 했으나 순간 무언가 떠올랐다. "좋아요. 나도 대체 왜 이제야 우리를 찾았는지 알고 싶네요." 말을 끝낸 서하경은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서찬호는 원래 서하경이 조수석에 앉기를 바랐지만 서하경은 그와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다. 서찬호는 서하경의 이런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차에 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세세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차가 어느 정도 달린 후 서하경은 집 주소 대신 호텔 주소를 말했다. 그는 서찬호가 그의 거처를 알아내어 나중에 귀찮게 구는 걸 원하지 않았다. 서찬호는 서하경이 불러준 주소로 내비게이션을 설정한 뒤 조용히 차를 몰며 뜸을 들였다. 하지만 서하경은 더는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다. "아까 할 말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지금부터 말해 보세요."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처자식을 버리고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찾아온 건지 알고 싶었다. 서찬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난 사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