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화
배정환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곧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그 자식은 또 왜 그러는 거냐?”
“아마 온채하 씨를 찾으러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독약 사건이 일어난 지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또 온채하 때문에 일이 터졌다. 그게 재수가 없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지금 바깥은 온통 온채하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배정환은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채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이내 결단을 내린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최면사가 이미 도착했어. 병원 쪽에 연락해서 혼란을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하라고 해. 약효가 퍼지면 최면사가 곧바로 가서 최면을 걸 거야. 그렇게 해서 온채하를 완전히 잊게 만들어.”
진여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배정환의 눈에는 그저 슬픔에 젖어 흐느끼는 모습으로만 보였다.
집사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 병원은 임씨 가문 산하에 있었으니, 배정환의 말은 곧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 송옥경과 온채하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이곳 사람들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재원시 내의 명문가라 불리는 집안들이라면 하나같이 온채하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배정환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진여울을 바라보며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
“여울아, 넌 내가 가장 아끼는 손자며느리란다. 절대 네가 억울하게 놔두진 않을 거야. 이제 돌아가거라.”
진여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끝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운전대를 꽉 쥔 채 들뜬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자신이 들은 게 환청이 아닐까 두려울 정도였다.
배정환이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장 아끼는 상속자에게 감히 그런 약을 쓰라 명령했을 리 없다. 더군다나 그 약은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위험한 물질, 자칫 잘못하면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진여울은 이를 꽉 악물었다. 눈빛은 흥분과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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