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화
진여울은 이마를 문지르며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나 임 의사한테 물어봤어. 너 요즘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대. 안 그러면 상처 다시 벌어질 수 있대. 그리고 할아버지가 엄청 화내시면서 나한테만도 전화를 몇 번을 하셨는지 알아? 하루빨리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으라고. 근데 난 어쩔 수가 없어. 너희 문제에 내가 끼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른들 말씀을 모른 척할 수도 없잖아.”
진여울의 말투는 애매했고 합의서에 서명을 미루는 게 누구인지 정확히는 말하지 않았다.
배승호는 원래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이혼 합의서’라는 말이 나오자 더 짜증이 치밀었다.
“다른 얘기는 없어?”
침대 위에는 이미 온채하가 인쇄해 둔 합의서가 산더미처럼 널려 있었다. 그 서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승호는 곧바로 옆에 있던 물을 집어 들고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약을 꺼내 몇 알 삼켰다. 그래야 그나마 진정이 되는 듯했다.
진여울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방송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눈에는 그 차분함이 재벌가 딸다운 여유와 절제처럼 보였다.
“승호야, 나도 알아. 너도 힘들었지. 그동안 계속 고통 속에서 살아왔잖아.”
배승호는 머리가 욱신거려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끊어버렸다.
뚝, 신호가 끊겼지만 진여울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이 일은 언젠가 끝내야 돼. 내가 인터넷에서 어떤 오해를 받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두 집안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 거잖아. 할아버지도 이미 네가 서명하게 만들 방법을 찾고 계셔. 넌 곧 자유로워질 거야. 온라인 소문은 신경 쓰지 마. 나중에 그 여자가 ‘몇 년 지기 인연’을 들먹이면서 피해자인 척해도 굳이 나서서 해명하지 마. 넌 이제 갚을 빚이 없어. 처음 잘못한 건 그 여자였으니까.”
그렇게 말한 뒤, 진여울은 휴대폰 화면을 꺼버리고 탁자 위에 엎어 두었다.
생중계 화면 속 채팅창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누가 진여울이 배승호한테 전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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