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특별석.
도서찬은 무대 위 황노을을 보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오래전 장면들이 겹쳤다.
도경 그룹의 전환은 절대 쉽지 않았다. 전통 산업에서 첨단 기술 기업으로 갈아타겠다고 마음먹은 그 밤부터, 앞으로 몇 해는 힘들게 보낼 걸 도서찬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행히 그때 곁에는 황노을이 있었다.
365일 중 대부분을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때로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 다녔다.
그해 겨울, Z국에 협상하러 가서야 그게 함정이라는 걸 알아차린 일도 있었다. 두 사람은 간신히 몸을 빼내고는 배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겨울 바다는 매서웠다. 도망치듯 탔던 배의 사정은 좋지 않았고, 높은 파도 때문에 배는 거칠게 흔들렸다. 바다 위에는 신호도 잡히지 않아 정말 앞날이 캄캄할 정도였다.
열두 시간짜리 연락선에서 서로가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서로뿐이었다.
갑판 아래도 한기가 몰아쳤고 선실에서 이불과 옷을 마구 껴입었는데도 몸이 떨렸다. 황노을의 입술이 파랗게 질린 걸 보며, 도서찬도 자신이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도서찬의 마음에는 분노만 가득했다. 경계심이 무뎌져 덫에 걸린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그 탓에 황노을까지 고생시키는 자신이 더 미웠다.
황노을은 도서찬의 기색을 읽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서찬 씨, 저 너무 추워요.”
황노을이 조용히 말을 건네며 도서찬의 생각을 끊어냈다.
“서찬 씨는 춥지 않은가요?”
도서찬은 잠깐 황노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노을은 공허한 위로는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도서찬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열두 시간이 지나 무사히 육지에 닿으면 모든 게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닿지 못한다면 차가운 바다 밑이 끝일지도 몰랐다. 그 사이의 기다림과 의심, 근심과 초조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때 황노을이 살짝 웃으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저를 좀 안아 줘요. 우리 둘이 꼭 붙어 있으면 덜 추울 거예요.”
망설일 이유가 없이 도서찬은 황노을을 끌어안았다.
선실 밖 바다에는 눈이 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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