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도민희는 잠깐 말을 멈추고 눈빛을 더 깊게 붙였다.
“새언니, 나중에 그 스캔들을 그대로 안고도 림우빈 씨를 만날 건가요?”
“그만해.”
도서찬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일은 더 언급할 필요 없어. 나는 전 과정을 다 알고 있어. 노을과 그 사람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
“오빠!”
도민희가 못마땅하다는 듯 도서찬을 올려다봤다.
옆에서 빈정거리듯 웃던 도기안은 한마디도 보태지 않고 잔만 흔들었다.
도씨 가문은 대가문이었다.
도휘명의 때부터 기반을 일구었고, 그 아래로 자식들이 많았다. 오늘도 모인 사람이 적지 않았다. 원래부터 집안의 시선이 쏠리는 건 언제나 도서찬과 황노을이었다. 두 사람이 홀 한가운데서 오래 머물자 이 세대의 친척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직계도 있었고 방계도 있었다.
윗세대는 겉으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듯, 3층에서 차를 마시고 바둑을 두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황노을은 오늘 이 식사는 함정이 깔린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황노을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소문이 도는 순간부터, 도민희와 도기안이 앞뒤로 나서서 황노을과 말을 걸었다. 모두 웃어른들의 허락을 받았거나 아니면 이렇게 하라고 시킨 일이었을 것이다.
“서찬아.”
“제수씨.”
“서찬 형, 형수님, 좋은 저녁이에요!”
같은 세대의 사촌들과 외사촌들이 연달아 다가왔고 결혼한 이들은 배우자까지 데려왔다.
사람들이 더 모여들기 전에 황노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일은 아주 간단해요.”
황노을은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
“민희 씨 말대로 도경 그룹이 먼저 기술을 돌파했고 그다음에 계약을 가져갔어요. 어떤 부품은 그쪽에서 받아와야 했고 일부 주문은 그 라인을 통해야 했으니까요. 본질은 기술 봉쇄를 깬 것이었죠. 내기에 대해서는...”
황노을이 살짝 시선을 내려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내기는 있었어요. 다만 그건 상대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 협상 결과를 바꿀 변수는 아니었어요.”
도서찬의 눈길이 조용히 황노을에게 내려앉았다.
F국에서의 그날, 짧은 공백 사이에 황노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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