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그 순간, 도서찬은 뺨이 얼얼해졌고 모욕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28년 동안 살아오면서 도서찬은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도서찬이 홱 돌아서 말을 꺼내려는 순간, 황노을의 눈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달빛 아래 서 있는 황노을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눈물은 끝도 없이 고요하게 떨어졌다. 말 한마디 없는데도 도서찬의 가슴 한가운데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도서찬의 머릿속에 F국에서 아이를 잃던 그날이 번개처럼 스쳤다.
그날의 황노을도 많이 울었다. 그때 황노을은 도서찬의 품에 파묻혀 흐느꼈고, 지금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달라진 건 울음소리뿐이었고 도서찬의 심장은 똑같이 아팠다. 이제 더는 황노을이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도서찬이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 주려 하자 황노을은 그 손을 탁 밀어냈다.
“서찬 씨.”
힘주어 밀어낸 탓에 황노을의 손이 살짝 떨렸다.
황노을은 도서찬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는 그렇게까지 비열하지 않아요.”
눈물은 멈출 수 없었지만 황노을은 두 손을 꽉 쥐어 지금의 자신이 비겁해 보이지 않게 버텼다.
“한연서가 반년을 못 넘긴다기에 돌보겠다는 말... 좋아요. 저하고 이혼해서 한연서가 죽기 전에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 그것도 좋아요. 그래서 제가 서찬 씨와 함께 가정 법원에 같이 갔죠. 저는 서찬 씨와 한연서의 일에는 관심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를... 제 아이를 그렇게 모욕할 수 있어요?”
달빛처럼 고요한 어둠 속에서 황노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세상에는 서찬 씨와 한연서만 피가 통하고 살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들의 고통만 고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사람을 잘못 사랑한 건 인정해요. 제가 진 걸 승인하고 물러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저하고 아이한테까지 그렇게 잔인하게 굴 수 있냐고요!”
울분이 가득 차오르던 황노을은 입술을 떨었고 마지막 한마디를 했을 때는 드디어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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