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하지만 도서찬의 머리는 점점 아팠다.
한연서가 무엇을 바라는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도서찬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도서찬은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얇은 잠옷, 익숙한 향, 유혹을 부르는 모든 조건이 있어도 마음은 고요했고 욕망은 아까처럼 일지 않았다.
한연서는 몸을 기댄 채 가까이 붙으면서 도서찬의 손을 잡아 가슴께로 끌어올리려 했다.
그 순간, 도서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찬 오빠?”
한연서가 의아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몸 상태가 좋지 않잖아. 오늘은 그만 쉬어.”
도서찬은 등을 돌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
“오빠, 나... 싫어졌어?”
울먹임이 묻어나는 한연서의 목소리였지만 도서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한테는 되면서 나한테는 안 돼?”
한연서는 코끝이 붉어진 채 말했다.
“오빠, 나... 오빠를 원해. 그러니... 나한테 줘.”
한연서의 말은 더없이 노골적이었다.
그럼에도 도서찬의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갈게. 내일 아침에 할머니랑 식사하기로 했어.”
도서찬은 무덤덤하게 이유를 대며 차 키를 집어 들고 문을 열었다.
“서찬 오빠!”
뒤에서 날 선 한연서의 울음이 터졌다.
도서찬이 돌아보자, 문 뒤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한연서가 서 있었다.
“오빠, 정말... 한 번도 안 돼?”
도서찬은 재빨리 문을 닫아 밖에서 보이지 않게 막았다.
그리고 한연서 곁으로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어깨에 둘러주었다.
“연서야, 난 지금 너무 지쳤어.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말 그대로 도서찬은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눈앞의 한연서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는데도 욕망은 일지 않았다.
“네 몸부터 챙겨.”
도서찬이 낮게 덧붙이자, 한연서는 오히려 더 크게 울었다.
“하지만... 오빠, 난 시간 많지 않아.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면서 왜 나랑은...”
한연서는 눈물을 떨구며 속삭였다.
“황노을 때문이야? 황노을에 대해... 아직도 마음이 남아 있는 거야? 난 오빠의 여자야. 그러니 제발 부탁이야. 서찬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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